선택진료비 보상 방안 '의료질향상분담금' 가닥
심평원, 5개 평가영역 구분 차등화…병원들 '손해봤는데 또 평가' 반발
2015.04.08 20:00 댓글쓰기

보건당국은 지난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을 개편하며 '보상'을 언급했다.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할 기전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의료질향상분담금'이란 명칭만 무성했던 이 약속의 윤곽이 8일 드러났다. 보상에는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전제로 한 단서조항이 붙어있었다.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하 강당에 모인 병원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고, 공급자단체 실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토론자들도 처음으로 공개된 '의료질향상분담금' 평가지표(안)와 수가모형(안)에 이런 저런 말들을 붙였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선택진료비 보상문제가 아닌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라는데 뜻을 같이하며 제도 확정 전(前)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부탁했다.

 

심지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경자 부위원장도 사견을 전제로 "손실 보상차원이라면 올해는 선택진료비로 손해 본 금액을 동률로 지급하고, 이후 년도에 대한 문제는 시간을 갖고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해 논의해보자"는 의사를 피력했다.

 

 

무엇이 '선택진료비 개편에 따른 의료질향상분담금 제도 시행방안'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에게서 이런 반응을 이끌어냈을까.

 

적정성평가에 인증평가·지정평가·신임평가 받는데도 치이는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 윤 교수(의료관리학)는 의료질향상분담금을 기존 논의에 따라 '의료 질과 환자안전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 혹은 개선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기전'으로 규명하고 '평가영역별 지표구성안'을 크게 5개 영역으로 구분해 도출했다.

 

김 교수는 첫 영역을 '의료 질과 환자안전'으로 환자진료체계, 정보체계 및 보고체계, 의료인력, 감염발생률, 재입원 및 재수술 예방 또는 방지 가능성, 의료서비스의 적절성 등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지표로 구성했다.

 

둘째는 '공공성' 영역으로 의료이용 형평성과 건강보장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는지 등을, 셋째는 '의료전달체계' 영역으로 종별, 능력별 진료수준과 역할 충실성, 환자 이송 및 송 시스템 활용여부 등을 의미하는 지표로 꾸렸다.

 

그는 또 전공의 교육수련과 의학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의료질 향상이나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할지 등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교육 수련과 의학 연구을 각각의 영역으로 나눠 세부 평가지표로 채웠다.

 

 

이에 한 중소대형병원 보험심사팀장은 "지금도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적정성평가와 인증평가 등을 받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평가가 생긴다면 추가 인력과 비용, 노력을 들여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보상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질향상분담금을 주겠다며 병원들을 한 줄로 세우는 꼴이다. 평가로 병원 운명이 결정되는데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솔직히 두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지적과 질문에 평판과 현실 괴리에 대해 거론하며 "평가가 없으면 환자 인식을 바꿀 방법이 없다. 시장 판도도 바뀌지 않는다. 노력하는 병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와 이를 뒷받침할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는 별도로 의료 질과 환자안전에 대한 정책과 사업,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유지・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와 정보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단순한 손실분 보상 아니다-의료 질・안전 담보된 보전책"

 

평가 지표에 대한 논쟁과 함께 보상방식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정액보상과 정률보상안을 각각 제시하며 요양기관 종별 평가를 분리해 평가결과에 따른 보상 수가를 차등지급하는 세부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올해는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보상인 만큼 종합병원급 이상에 대해 1000억원의 예산을 기존 지표를 활용한 상대 혹은 절대평가를 통해 정액 또는 정률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의료질향상분담금제도는 예산의 절반을 환자가 부담하는데다 의료 질 및 환자 안전이라는 영역일 건강보험을 넘어서는 부분도 있어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정책이자 의료 질을 직접적으로 관리할 강력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이어 "장기적 차원에서 인센티브 정책이 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의 핵심적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초지일관 설명해왔던 바와 같이 상급진료비 등을 보상하겠지만 손해에 대한 직접 보상이 아니라 의료 질과 의료체계를 유지・발전시킨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과보상되는 기관과 미흡한 기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손 과장은 "의료질향상분담금에 대한 연구단계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하고 조율하는 단계로 넘어갈 때"라며 "건강보험만의 사안이 아닌 만큼 보건의료정책과 등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보상안은 7월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선 요양기관 관계자와 공급자단체들의 답답함이 풀리지는 않는 듯했다. 한 대학병원 보험심사팀장은 "수익에 대한 손실이 막대하다. 보상이라며 올려준 수가로도 기존의 70%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빅5와 같은 병원들은 더 저렴해진 비용과 좋은 시설에 보상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더구나 "적정성평가나 인증평가 지표 결과를 일부 뽑아 모아놓은 것이 의료 질을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느냐"며 "지금의 평가만으로도 병원들은 너무나도 힘들다. 더 얼마나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병협 정영호 정책위원도 "선택진료료 급여화한 것부터 달갑지 않았다. 더구나 1단계 사업 진행하면서 손실을 엄청나게 보며 궤멸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다"면서 "별다른 행위 없이 들어오던 순수익이 없어지고 평가와 개선, 추가적인 요소들을 투입해야 일부나마 보전 받을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논의해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질향상분담금에 대한 1차 연구용역은 오는 4월 말 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이날 언급된 세부적인 평가지표와 보상방안 등을 포함해 보상 예상액과 범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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