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거리두기·병상 확충 대응 늦었다'
'역학조사 역량도 부족, 전산화 등 K-방역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20.12.11 08: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도권에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며 기존 방역체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중환자 병상 확보 모두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향후 감염병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실시하던 ‘K-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10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의 현주소와 향후 대응방향'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방역체계와는 다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현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 사이 수도권 거리두기가 1.5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됐는데, 한박자씩 늦었다“며 ”그동안은 확진자 증가세를 쫓아가는 양상이었는데, 앞으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실시한 'K방역'은 신속한 검사, 역학조사, 조치를 통해 확진자와 감염 의심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지체 없이 이뤄지도록 했다.
 
하지만 역학조사의 역량, 의료시설의 수용문제, 시민 참여율 저하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같은 대응방식에도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전략은 그동안 확진자 수, 치명률, 경제적 피해 등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방역·의료·사회적 분야에서 추가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추적조사 체계를 정립하고, 임상 자원 동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며 비상의료전달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또한 중증환자 병상확보에 대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확진자수에 따라 위중증 환자의 발생수도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위중증 환자가 발생하기에 앞서 확진자수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등의 병상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간병원과 사전에 논의를 진행했으면 지금과 같은 중증환자 병상 부족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며 ”현재 상황은 이 같은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진단검사 체계에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기석 한림의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前 질병관리본부장)는 "확진자수 추이를 볼 때 진단검사의 범위와 건수를 늘려야 한다“며 ”또한 수용기관 부족으로 확진자가 집에서 대기하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선별진료소의 경우 ICT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전자화를 통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현재는 대부분 임시시설로 운영되고 있는데, 누가 검사를 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관리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동현 교수 또한 "현재는 역학조사관이 수기로 종이에 동선을 작성하기 때문에 표준화 문제가 발생한다"며 "건강보험공단 자료 등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반복적 수기입력을 최소화하고 추적자료의 분절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속항원검사 도입 찬반 갈려..."1차 진단 효과적" vs "위양성률 높아 개원가 부담 가중"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두고 전문가들이 엇갈린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도입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가 진단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반대 측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정확도가 높기는 하지만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환자들이 방치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1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시범사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자영 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낮아 위양성률이 높다"며 ”양성판정이 나와도 PCR로 재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개원가에 더 많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가이드라인에서도 신속항원검사는 PCR 방식 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증상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호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TF 간사 또한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낮아 미국에서조차 유증상자를 대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도입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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