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기피 현실에 불 붙인 '수술실 CCTV 설치법'
외과계 염두했던 지원자들 갈등 심화···'암울해진 미래, 지원율 급락 명약관화'
2021.12.08 05: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기획 6]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시즌이 도래했다.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듬해 성장기조를 내세운 병원들은 양질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다. 이색적인 온라인 홍보부터 차별화된 해외연수 프로그램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는 ‘빅5’ 병원들 성적 판도 변화가 관심사다. 각 전문학회별 성패 역시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저출산, 수술실 CCTV 설치 및 의료인 면허취소 처벌 조항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는 특히 필수진료과인 내‧외‧산‧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도 하다. 2022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의료계 여러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⓵ 귀하신 전공의, 전국 수련병원들 유치경쟁 치열
⓶ ‘빅5’ 자존심 싸움, 예비전공의 선호도 어떻게 움직였나
⓷ ‘위드코로나’, 전공의 인기과 판도 뒤흔드나
⓸ 데드크로스 위기 맞은 산부인과, 3년제 전환 가능성
⓹ 3년제 결단 소청과, 특화전략 ‘소아입원전담전문의’
⓺ 수술실 CCTV 설치법, 갈등 깊어지는 외과계 지원자들
 
고된 수련 과정으로 한 해 20%가 수련을 포기하는 외과.
 
기피과 ‘낙인’이 찍힌 이후 3년제 전환을 하면서 지원률 반등을 노렸지만 또다시 악재가 발생했다. 의료계에서 논란이 됐던 ‘수술실 CCTV 설치법’의 국회 통과다.
 
수술 경험이 부족한 레지던트 1년차들은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법원에 가야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함은 외과 지원을 다시 망설이게 하고 있다.
 
내외산소 필수의료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CCTV 수술실 설치법이 올해 전공의 모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병원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비상’ 걸린 외과계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8월 23일 법안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할 경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반드시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로 한다.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준비도 필요한 만큼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하위 법령에는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련병원 등의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등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법안을 발의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형외과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홍보하는 케이스도 있어 유예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설치할 인센티브나 정부 지원이 있으면 보다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논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 통과 소식에 의료계는 곧바로 들끓었다.
 
유관 단체는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히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등 외과계 5개 학회는 '진정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외과계 의사들의 손목을 묶기 원하는가?'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의료사고 및 분쟁에 대비해 최소한의 방어적인 수술만 하게 될 것이며,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율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수련병원에선 원활한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게 됐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수술을 보고 경험을 해야 하는 전공의들의 기회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경험이 부족한 전문의를 양산해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들은 "결국 전공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방향과도 배치되고, 결과적으로 전공의들의 외과계 기피로 인한 필수 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개정안의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 내다봤다.

힘들고 어려운 3D과에 CCTV 부담까지 '전공의 지원' 과연 정상화될까
 
실제 인턴과 의대생 등 예비전공의들은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에 부담을 느껴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과의 경우, 기존에도 소위 ‘3D’과로 분류돼 전공의 기피 경향이 높았는데, CCTV의 부담까지 안고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CCTV 설치법 통과 이후 예비전공의들 사이에 지원 의지가 많이 떨어졌다”며 “외과는 생명을 살리고 중증환자를 많이 보기 때문에 진료 위험이 높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데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신뢰 문제가 깨지니 주변에서 낙심하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는 수술이 많아 원래 전공의들이 기피를 꺼리는 과로 지원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소명을 갖고 수술을 좋아해 지원하던 친구들마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니 사직이나 이직하는 등 다른 과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학회에 의하면 이미 많은 외과 전공의들은 교육 중 한번쯤 사직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11월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외과 전공의 번아웃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민선영 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외과 전공의 80%는 깊은 회의감을 느끼는 등 이류로 사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간 외과 전문의 취득자 현황을 살펴봐도 그렇다. 1997년 179명이 배출된 외과의사는 지난 2021년은 143명으로 그 수가 적잖게 줄었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더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단 전언이다.
 
서연주 대전협 수련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외과계열 전공의 수련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서 이사는 “수련기간 동안 수술에 참여해 배워야 하는 입장에 있는 전공의들은 술기가 익숙지 않기 때문에 교수 옆에서 피드백을 받으며 배워야 하는데 CCTV 설치가 결국에는 집도교수 외에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전공의의 참여를 굉장히 저해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전공의 수련기회가 줄어드는 것으로 이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과는 기피과임에도 소신을 갖고 지원한 전공의들이 많기 때문에 수술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재정을 보조해준다 등의 지원으로는 판도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병원이나 국가가 무너진 인프라를 개선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수련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기피과로 고착화돼 수련 인원이 너무 적은 것 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경제적 보상과 워라벨 등을 포함해 외과 전공의들이 미래 비전에 대해 확신이 들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앞으로 2년 유예기간 동안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조정될 전망이다. 현재 ‘전공의 수련이란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 CCTV 녹화를 면제하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수들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3년제 전환 효과가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채 되지 않아 부정적인 정책이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위 법령은 미봉책, 외과의사 위축되며 전공의 모집도 난항 전망”
 
전공의 모집을 앞둔 대한외과학회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기피과 탈피를 위해 단행한 3년제 효과가 확실시 되기도 전에 예비 전문의들의 부담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위법령을 통해 수련교육에 지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미봉책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을 마친 뒤 개원가든, 대학병원이든 외과의사가 되면 항상 수술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되는데,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이 길을 선택하기 어렵게 됐다”고 탄식했다.
 
이 이사장은 최악의 경우 ‘빅5’ 대학병원에서도 올해 외과 전공의 모집 충원에 실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빅5 병원의 경우 접수 마감 전날까지 희망자가 정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막판 지원자가 몰릴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예년에 비해 감소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과전문의의 위기감은 이미 의료 일선에서 체감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임원인 A씨는 “수술실 CCTV 법안이 통과된 후 ‘감시받는 의사’에 회의를 느끼고 사직까지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다. 외과의사 전체의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외과계 전체 지원률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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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 공장, 국회, 정당, 법원, 종교단체, 시민단체, 각급 학교 강의실, 필라테스, 선수촌, 논, 밭, 폐수처리장, 도로 건설 현장, 아파트 건축 현장...
  • 한심한 입법이다. 12.08 10:32
    과거 뉴스에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변기 닦던 걸레로 사람들이 물마시는 유리물컵 닦는 실제영상 나오는 뉴스도 있던데, 이참에 전국의 모든 호텔과 모텔의 객실에 청소 아주머니들 감시하기 위한 CCTV 설치하는 법안도 만들지 그러냐? 형평성에 문제있다. 왜 의사만 감시대상이냐? 음식점 주방장들이 사람들 특히 아이들 먹는 음식에 어떤 장난질 칠지 아무도 알수없지 않는가? 모든 식당 음식점 주방에도 CCTV설치하자. --- 사회가 개판되는거다. 도덕적으로 큰 잘못 있다면 감시하는 눈이 한둘이 아니며, 이건 아니다 싶으면 내부자고발되게 되어 있다. 무슨 CCTV감시가 능사인가? 아주 한심한 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