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는 ‘임상종양학회(ASCO)’를 앞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임상 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SCO’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가 공개되는 자리다. 기업들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업계에선 ‘빅 이벤트’로 꼽힌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 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올해 학회 관심사는 폐암, 면역항암제, 간암, ADC, 이중항체, AI(인공지능) 등으로 요약된다.
주요 발표 기업에는 유한양행, 지아이이노베이션, HLB, GC지놈 등의 임상 데이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지아이이노베이션·HLB 등 임상 결과 발표
유한양행은 얀센과 함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 임상(MARIPOSA)의 2차 분석 결과 등 5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병용요법 부작용 및 환자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는 피하주사 결과, EGFR 변이 폐암 환자 중 추가적인 임상적 이점을 확인할 수 있는 세부 환자군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병용요법이 2월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만큼 미국 시장 진입이 늦어도 8월 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국내 승인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1차 치료를 위한 미국 FDA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병용요법 활용도를 높일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진행성, 전이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D80과 변이형 IL-2의 이중융합단백질(CD80-IL2) 차세대 면역항암제 ‘GI-102’의 임상1/2상 단독요법 중간 데이터를 발표한다.
GI-102는 GI-101 구성 요소에서 IL-2 변이체만 달리한 것으로, 종양미세환경에서 '조절 T세포'를 억제하고 '자연살해(NK) 세포' 증식과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최근엔 정맥주사(IV) 외 피하주사(SC)로 투약 편의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FDA에 SC제형 개발을 위한 임상계획 변경 신청서(IND)를 제출하기도 했다.
ASCO에서는 임상 데이터 공개와 더불어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CARES-310)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결과를 공개한다.
HLB의 리보세라닙은 미국 FDA 본심사가 막바지 단계이며 신약허가를 앞두고 있다. FDA 3차례 공식 미팅 및 생산시설 실사(CMC) 등 주요 일정이 완료됐으며 허가 관련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ASCO에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최종분석 데이터를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하는데, 범용성과 확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탑재 액체생검 임상 데이터 눈길
인공지능(AI) 활용 진단 분야인 새로운 영역의 임상 데이터도 공개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높다. GC지놈은 새로운 AI 기술을 탑재한 멀티모달 액체생검 데이터를 발표한다.
GC지놈의 이번 연구 데이터는 미국 관계사 지니헬스와 개발한 연구 진행 성과다. 멀티모달 ‘딥러닝 AI 플랫폼을 통한 비침습적 대장암 검출’을 제목으로 포스터 세션에서 공개된다.
GC지놈 관계자는 “액체생검은 혈액 등 체액 속 DNA를 분석해 암 진단 등에 활용하는 신기술”이라며 “조직절제 없이 수검자 불편함을 덜면서 모든 인체 부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ASCO 논문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SCO에서 발표되는 내용은 후기 임상결과로, 신약개발 성패와 기술이전·파트너십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ASCO가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진전된 임상 결과를 통해 약물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