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 설립' 갈길 멀다
2003.11.23 21:56 댓글쓰기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임동권)를 중심으로 '전공의노조' 설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전공의협은 특히 노조설립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전공의노조연구기획단'을 발족시키며 노조설립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전공의노조가 설립되기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전공의는 과연 노동자인가?=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전공의가 과연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 신분인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23일 전공의협 노조연구기획단 주최로 열린 '제1차 전공의노조 포럼'<사진>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재연됐다.

이날 포럼에서 육복희 전공의협자문변호사는 전공의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노동자 신분임을 강조했다.

육 변호사는 "관련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규정돼 있으며, 전공의도 근로자로서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대법원도 지난 80년대말 전공의들의 집단 퇴직금 소송에서 "전공의들이 제공한 근로가 전문의 시험 자격 취득을 위한 근로라 하더라도 병원에서 정한 진료 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결, 전공의도 근로자라는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법적으로 전공의의 근로자 신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전공의들 스스로 이러한 점을 자각하느냐는 점이다.

전공의협 김주경 정책이사는 "전공의는 배우는 과정의 의사라는 점과 국가에서 시행하는 의사면허시험 과정을 거친 전문인력,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등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며 "그러나 전공의들은 스스로 전문인,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단지 수련받는 신분이라는 측면만을 강요받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수련병원과 병원 경영자의 압력= 전공의노조 설립 과정에서 있어서 전공의협은 물론 개별병원 전공의들이 넘어야할 장애물은 수련병원의 영향력과 스승이며 경영자이기도 한 병원장들이다.

이미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노조 설립에 노골적으로 불쾌한 시각을 드러내 보이며,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압박을 해오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 한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전공의와 병원장간 갈등 국면까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전공의에게 노골적으로 그만둘 것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협 차원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다.

전공의협 이동형 복지이사는 이날 포럼에서 "실질적으로 병원경영에 부담이 되는 노조조직 구성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며 "이는 실체를 가진 강력한 대표조직 구성이라는 중요한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내부적인 무관심, 그리고 반대 여론= 노조 설립 추진과정에서 전공의협이 가장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바로 직접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무관심이다.

실제로 전공의협이 약 2개월 정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노조 설립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참여자 수는 1백여명을 넘어서는 등 극히 저조했다.

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행부의 제안이 메아리없는 울림에 그쳤다는 점"이라며 "차라리 반대여론이라도 적극 제기됐으면 한다"며 전공의들의 무관심에 우려감을 보였다.

전공의협이 지난 8월 임시총회와 11월중 정기총회를 통해 노조설립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나마 관심을 갖는 전공의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노조반대론'을 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조설립에 반대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반드시 노조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가, 노조 이전에 현 전공의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이미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형태와 부실한 수련교육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그 공감대를 가지고 전공의협을 강화해 수련제도와 근무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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