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 현실화…설립기획단 발족
2003.11.02 12:55 댓글쓰기
'전공의 노조' 설립을 위한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임동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일 열린 전공의협 정기총회에서 노조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전공의노조연구기획단' 발족이 의결됨에 따라 이 문제는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공의노조 설립은 전체 전공의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남아있고, 특히 의료계 각 단체간 역학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여전히 갈 길은 멀어보인다.

▲전공의노조 설립, 법적타당성 충분= 전공의노조 설립의 법적 타당성은 우선 '전공의가 현행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현행 노조법에 규정된 근로자의 개념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이나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돼 있다.

일단 이 기준을 적용하면 수련병원에 적을 두고 그 임금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는 근로자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난 80년대 말 제기된 전공의들의 집단 퇴직금 소송에서 대법원은 "전공의들이 제공한 근로가 전문의 시험 자격 취득을 위한 근로라 하더라도 병원에서 정한 진료 계획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결, 전공의도 근로자라는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전공의협이 최근 자문변호를 통해 전공의노조의 법적 타당성을 의뢰한 결과 역시 "전공의도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근로자"라는 법률적 검토의견이 나왔다.

▲전공의노조, 어떤 형태로 가능할까= 현재 검토되고 있는 전공의노조 설립 형태는 직업별 단위노조인 가칭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하 전노조)과 단위병원 수련의사노조의 연합체인 가칭 '전국전공의노조연맹'(이하 전노연) 등 2가지다.

전공의협은 2가지 형태의 노조설립 방안중 직업별 단위노조 방식이 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직업별 단위노조 형태는 각 개별병원 수련의들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중간에 별도로 단위병원 전공의노조를 설립할 필요가 없고, 전공의협과 노조가 그대로 공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병원 수련의가 자율적으로 노조에 참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노조원과 비노조원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노조설립, 공감대 형성됐나= 전공의노조 설립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많은 전공의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가능한 많은 전공의들이 노조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협 집행부가 노조설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반면 수련병원 전공의들 사이에는 무관심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노조설립을 적극 추진해온 집행부 관계자는 "그동안 집행부가 노조설립을 외쳤지만 대부분 메아리없는 울림에 그쳤다"며 "차라리 반대의견이라도 적극 제기돼 이문제가 공론화됐으면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무관심과 함께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노조설립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전공의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일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 전공의는 "왜 전공의노조가 있어야하는지 그 필요성이 와닿지 않는다"며 "상당수 전공의들이 노조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수련병원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처우개선이나 수련환경 개선에 있어서 현 전공의협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현 집행부가 임기중 뭔가 이뤄내야한다는 조급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의료계 단체, 역학 관계 저울질= 전공의협의 노조 설립은 의협을 비롯해 병협, 수련병원, 개원가, 보건의료노조 등 의료계 각 단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의료계 각 단체는 전공의노조 설립이 해당단체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 찬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전공의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쪽이다. 김재정 회장은 지난 의사결의대회 때도 지지의사를 표명한데 이어 2일 열린 전공의협 정기총회에서 다시 한번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개원가에서도 전반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이 높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전공의노조 설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병협과 수련병원들의 경우 전공의노조 설립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전공의연구기획단' 발족과 이달 중 개최되는 포럼을 계기로 전공의노조 설립의 향배가 보다 뚜렷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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