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 시동…독자노조 설립하나
2003.08.31 11:29 댓글쓰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노조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디뎠다.

전공의협(회장 임동권)은 31일 의협 3층 동아홀에서 임시대의원총회<사진>를 갖고, 전공의노조 설립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그동안 전공의협의 집행부 내부적으로 노조 설립 문제를 공론화해왔지만, 이처럼 전체 대의원을 대상으로 노조 설립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왜 전공의 노조인가?, 그 역할은?= 전공의협 김주경 정책이사(대구파티마병원 산부인과 R3)는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노조 설립 추진의 배경과 필요성 등을 참석 대의원을 대상으로 공개 설명했다.

김주경 정책이사는 "전공의가 몸담고 있는 병원들이 고전적 의미인 비영리 목적의 사회사업 내지는 의술의학의 발전에 대한 공헌에서 벗어나 점점 영리적인 목적으로 이용됨에 따라 적정 임금과 합리적인 진료환경, 그리고 교육의 체계에서 이탈함에 따라 전공의노조 설립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최근 전공의노조 설립 문제가 대내외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의료환경이 새롭게 바뀐 체제하에서 사는 의사들은 결코 빛나지 않을 미래를 알고 있다"며 "가치의 창출만큼 보상받지 못함으로 인한 (전공의들의)상실감, 지위의 변화는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끔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환경의 변화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사회적 미래가 불확실하고, 병원내에서의 불합리한 대우가 전공의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게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의협이 추진중인 노조설립의 형태는 두 가지 모습이다.

첫째는 기존 보건의료노조에 전공의가 가입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전공의 고유의 독자적인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다.

김 정책이사는 "기존 보건의료노조에 전공의가 가입을 할 경우 보건의료노조 노조 구성원인 간호사, 방사선사 등과 전공의 관계가 오더를 내리고 이를 수행하는 수동적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보건의료노조 구성원들의 주장과 전공의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공의 고유의 노조설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피력했다.

전공의노조가 설립될 경우 조직의 역할은 단체교섭권 확보를 통한 수련환경의 개선과 임금등 근로조건의 개선이다.

김 정책이사는 "전공의협의회가 지향해야할 노조의 모습은 노동 3권의 법적 보장을 목표로 하고, 그중 단체교섭권의 안정적 확보를 최상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공의협은 내부적으로 결속력과 장악력을 지니는데 한계가 있다"며 "의협처럼 전공의협도 강제가입 단체로 나아가 회비의 원천징수 등을 통해 소속감과 결속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노조의 필요성과 전공의도 노동자임을 설파하고 동의를 얻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 노조설립 긍정적"= 전공의협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노조설립 문제를 토의안건으로 제기한 것을 기점으로 향후 노조 설립 추진에 탄력을 붙일 계획이다.

우선 내달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에 앞서 각 수련병원별 전공의들에게 노조 설립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전체 여론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각 의국별로 전공의노조 설립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노조설립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협은 9월 정기총회에서 노조설립 안건을 공식 제안하는 동시에 이를 주제로 포럼과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의사사회의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노조설립에 따른 여파를 감안해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공의 전체적으로는 노조설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병원 규모나 특성별로 노조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차가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노조설립 문제는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설립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두는 문제도 민감한 사안이다.

전공의협 관계자는 "현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전공의노조 설립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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