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외과 전공의는 결코 교수 요원 선발만을 위한 과정도, 의료기관 노동자도 아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련을 했음에도 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을까. 앞으로 커리큘럼 변화를 통해 수련기간 단축의 성과를 이뤄내겠다."
우여곡절 끝에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면서 대한외과학회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우려되는 대목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기본적 필수 외과수술과 입원환자 관리를 중심으로 수련체계가 개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은 4년으로 1~3년차는 기본적 외과 수술 및 진료, 4년차는 세부분과 영역을 수련하는 체계다.
수련기간 단축 효과 극대화 교육체계 개편···'2년 세부전문의' 선택 가능
대한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 이길연 교수(경희대병원. 사진)는 15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 병·의원급 외과수술의 80%가 난이도가 낮은 수술"이라며 "이는 전공의 3년 교육으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 간 외과전문의가 집도한 전체 수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병·의원급에서는 저난이도 수술이 완만하게 증가했고,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고난도 수술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는 고난이도 수술이 집중되므로 2년 전임의(세부분과전문의) 과정을 별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1년차부터 3년제 커리큘럼을 도입해야 하는 만큼 TFT를 중심으로 실무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과학회는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사실상 완료했다. 조만간 세부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수련 교육과정 개편에 앞서 이미 학회는 지난 2011년 ‘전공의 지위 향상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수술 수요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했다. 그 중심에 이 교수가 있었다.
이 교수는 "3년 수련을 마친 전공의는 역량 중심 교육과 평가를 통해 일반외과 전문의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인 서지칼리스트 자격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분과 전문의가 되려면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소아외과, 위장관외과, 혈관외과, 유방외과, 갑상선외과 등 7개 분과에서 하나를 택해 1년 동안 다시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일반외과 전문의는 병·의원급에서 충수절제술, 담낭절제술, 탈장수술 등 저난도 수술을 담당하고, 7개 분과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고난이도 수술을 맡는다.
서지칼리스트는 수술 전후 환자 관리를 전담,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근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책임지도전문의 역할 절대적으로 중요, 객관적 평가 위한 공감대 형성"
이 교수는 “수련의 질(質) 향상에 초점을 둔 역량 중심의 평가가 핵심”이라며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우려한 대한병원협회 등의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전공의들이 역량을 모두 익힐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보다 책임지도전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교수는 "예컨대, 대학병원 교수라고 하면 여전히 도제식 교육으로 인해 ‘진정성’ 있는 멘토라고 인식하기 어렵다"며 "수련기간 단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책임지도전문의의 역량 평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과학회는 수차례 워크숍을 통해 접점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결과 도출을 낙관했다.
이길연 교수는 "외과 수련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 온 왔다"며 "수련기간 단축과 함께 이제는 전공의를 노동자가 아닌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언 발의 오줌 누기와 같은 일회성이 아닌 시스템 개선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