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현직 대학병원 원장이 환자 쏠림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 넘쳐나는 환자들로 표정관리 해야 할 대학병원장의 토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
더욱이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중소병원 관계자들이 운집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었던 만큼 참석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몰입했다.
고려대학교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30일 열린 대한중소병원협회 학술세미나에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력 관리 문제점
’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를 통해 작금의 쏠림현상을 분석했다
.
우선 그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고대안암병원의 경우 평균 병상가동률이 95%로, 지난해 사상 최대 진료수입 기록을 경신했다.
박종훈 병원장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들이 밀려왔다”며 “입원실과 검사장비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개원 이래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해 수직상승하는 경영지표를 보며 웃음을 지었지만 어느 순간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벌어졌고, 이는 환자와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
그는 “무엇보다 ‘환자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덜컥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밀려드는 환자에 직원들은 피로도를 호소했고, 그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대형병원 환자 몰리지만 잘못된 의료시스템, 전공의법 실시 등 인력 부족으로 환자안전 위협 받아"
박종훈 병원장은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환자들이 밀려오면서 대형병원들은 현재 환자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들은 환자 수용의 한계치를 이미 넘어섰다”며 “잘못된 의료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한 환자 과부하 상태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보장성 강화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함께 전공의특별법 시행 역시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7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인력 공백 사태가 발생했고, 대체인력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병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훈 병원장은 “심야시간에 병원에서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전공의 1명이 병동을 지키는 작금의 상황에서 환자안전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작금의 의료인력난 해소를 위한 단순한 증원 정책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사, 간호사, 약사 입학정원 확대만으로는 결코 의료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종훈 병원장은 “아무리 많은 간호사를 배출하더라도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도를 타파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대형병원 쏠림현상, 의료인력난,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은 장기적 안목의 의료정책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청사진이 제시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모든 것을 수가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수가 만능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 역시 직역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바람직한 의료에 대한 논의 대신 각 직역의 현안에만 집중하는 행태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