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전공의 단체와 관련 학회 간 임신전공의 수련시간 단축 및 보충에 대한 합의가 내년 2월로 미뤄진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임신한 의사를 위한 근로지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및 한국여자의사회에 따르면 두 단체 입장은 단순한 수련시간 단축이 아닌 임신한 의사에게 건강에 무리가 따르는 등의 해로운 업무를 맡기지 않는 분위기 조성 및 공식적인 지침 제정으로 파악됐다.
두 단체에 따르면 임신 전공의라고해서 모두 상황이 같지 않으며 소속 병원 또는 진료과마다 처우 등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한국여자의사회 신현영 법제이사는 자신의 임신 시절을 예로 들며 “파견 업무 때문에 유산이 되기 쉬운 임신 1기때 버스를 타고 입덧을 하곤 했다. 방사선 노출이 될 수 있는 비행기에 타기도 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방사선 노출, 장시간 서 있는 것 등 과마다 마주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다른 현실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도 “임신 전공의들 요구 사항은 CPR 혹은 수술 중 유산, 방사능 유출, 감염 등의 피해를 막는 것”이라며 “수련시간 감축보다 이 같은 피해를 막는 안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신의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비롯해 여성 및 태아에게 피해가 가는 문화를 개선하는 작업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수련교육과정 체계화 한후 수련 보충”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학회는 아직까지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에 대해 일치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양측 모두 수련시간 단축 및 연장에는 동의하지만 집중하는 사안이 달라 협의가 미뤄지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임신 전공의에게 전공의법에 따른 80시간 수련시간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따라 40시간을 적용하는 대신 동일한 수련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주최한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 협의 자리에서 1년 이내 출산한 전공의를 제외한 임신 전공의에게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두 단체의 협의는 계속 연장되고 있다. 의학회는 단순 수련시간에만 집중하는 반면 전공의 측은 수련교육과정 체계화와 이에 따른 수련 보충 또한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회장은 “과마다 연차마다 교육 내용이 다르다. 1년차는 입원환자, 그 다음부터는 수술에 집중하는 등 업무역량에 차이가 있는 것을 반영해 보충이 필요한 부분을 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연차별로 교육과목이 세분화된 지침이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이수 및 보충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또한 내과, 외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지침이 만들어져 있는 만큼 불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여의사회 “전공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당사자인 여의사가 임신 전공의에 관한 논의의 장에 초대받지 못한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신현영 여의사회 법제이사는 “대전협이 당사자인 여의사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임기 여성 범위는 20대부터 40대에 이른다”며 전공의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의사를 대상으로 임신으로 인한 근무시간 감소와 인력대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 전공의 업무가 마찬가지로 가임기 연령의 나이 많은 여의사에 무조건적으로 전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법제이사는 "궁극적으로 돈과 인력 문제다. 임신 전공의를 차별하는 환경 이면에는 인력문제가 있고 병원 경영 측의 돈 문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서비스가 그러하듯이 임신 전공의 문제도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익적 사안”이라며 "대체인력 마련을 위해서는 복지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