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 박근혜 정부와 '윈~윈' 가능할까
의료계 대표 직능단체 역할 주목…정책파트너 관계 구축 절실
2013.04.12 07:47 댓글쓰기

[기획 4]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 25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의료계의 눈과 귀가 보건복지부로 쏠리고 있다. 복지부는 보건복지 정책을 총괄하며 보건의료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보건의료 직능단체는 복지부의 카운터 파트너이다. 이 중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 직능을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복지부와 많은 스킨십을 해왔다. 그래서 조용할 날이 없었다. 복지부 정책 방향에 따라 의협의 대정부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전임 임채민 장관 시절 복지부와 의협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한동안 대화 채널이 끊기고 서로에게 독설이 오갔다. 의협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한 복지부 담당 과장은 문자 테러를 당했고, 복지부는 고소로 대응했다. 대화를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여당 3선 의원이 임명됐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의협은 힘이 센 장관에게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진영 장관은 지난 3월 22일 의약계발전협의체를 통해 노환규 회장을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후 토요일 진찰료 가산제 등을 놓고 복지부와 의협이 수시로 대화를 나눴다. 복지부와 의협이 첫 단추를 어떻게 꾈지 시험대에 올랐다.

 

토요가산제 첫 분수령


복지부와 의협의 초기 관계를 점칠 분수령은 토요일 진찰료 가산제(이하 토요가산제)의 향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의협은 숙원사업으로 토요가산제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1700억원 내외다. 복지부로서는 4대 중증질환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최근 몇 달간 토요가산제 현실화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토요가산제를 이뤄내겠다”고 회원들에게 수시로 홍보했다.


취임 1주년이 다가오면서 의협 집행부는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토요가산제는 의원 경영에 도움을 주면서도 주 40시간 근무라는 명분도 갖춰 의협이 꼽는 최상의 카드다.


복지부도 호응하는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급 또는 의원급과 약국에 한해 토요가산제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건정심 통과 여부는 전적으로 시민단체 등 가입자 입장에 달렸다. 토요가산제가 건정심을 통과하면 의(醫)-정(政) 관계는 상당기간 원활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일차의료 활성화 의제에 기본적으로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그 시기와 규모에서 의료계와 이견을 보인다. 이런 정서를 의-정이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극단적 대립관계 의-정 모두 부담


진영 복지부와 노환규 의협이 전임 장관 시절처럼 극단적인 대립 관계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로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운 노환규 집행부가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기란 어렵다. 상황적으로 복지부와 논의하면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복지부도 직능단체와 잦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부담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의약계발전협의체를 발족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과 노환규 회장은 지난 3월 22일 의약계발전협의체에서 처음 대면했다.

 

이 자리에서 노 회장은 다른 단체장들이 불편해할 정도로 많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에 전달할 게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목할 것은 진 장관이 정무감각을 갖춘 정치인 출신이고, 노환규 회장도 회장직을 약 1년간 수행한 경험이 있어 예상보다 대화가 잘 풀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서적으론 전임 장관 시절보다 나쁘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라면서도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취임 후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의 모 내과의원을 방문했다. 약 1시간을 머물며 의료진, 환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며칠 후 서울대병원도 방문했다. 4대 중증질환 공약을 점검하는 차원이지만 의료계 민심행보로도 읽힌다.


의료계는 진 장관 가족에 의사가 있어 의료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복지부와 의협의 불편한 관계를 연출한 것은 정책에 관한 이견 때문이다. 대부분 지불제도와 관련이 깊다. 지불제도 개편이 없는 한 의-정이 대립 관계를 연출하지 않을 전망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협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이견이 있으나 4대 중증질환에 적절한 재원을 투입하면 의료기관이 낙수효과를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진 장관이 지난 3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차의료 활성화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아 의료계의 서운함이 크다는 얘기도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강화 등은 불씨


복지부와 의협은 리베이트 쌍벌제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에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의협은 두 의제를 모두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일관되게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쌍벌제는 복지부가 주도해 제정한 법이다. 복지부는 더욱 강화된 쌍벌제를 추진 중이며, 이를 반대하는 의협에 시행 의지를 재확인하는 답변을 보냈다.


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는 복지부 의지는 확고하다. 반면 의협은 “쌍벌제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동아제약을 비롯한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은 의-정 가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은 의협 집행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정심 구조 개편은 의협이 지난해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운 표면적인 명분이었다. 의협이 정부와 대화를 시작한 마당에 갈등의 불씨로 보긴 어렵다. 건정심 구조 개편에 대해 복지부는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말한다.
의협 한 전임 임원은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극단적인 관계로 치달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대화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의 한 임원은 “현 집행부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으나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복지부가 그나마 의협을 주목한 것”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이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중요한 협의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부의 신뢰를 잃은 측면도 있다”며 “서로 신뢰를 쌓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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