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임신·출산 권리 박탈'
재직 간호사 '2009년~2010년, 10명이 8번 유산·선천성 심장질환아 4명 출산'
2013.04.29 20:00 댓글쓰기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임신과 출산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산을 경험한 제주의료원 문某 간호사 이야기를 29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들어봤다.

 

문 간호사는 29일 제주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대한문 앞에서 열린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책위는 최근 몇 년간 제주의료원에서는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유산과 기형아 출산을 겪으며 구성됐다.

 

제주의료원에서는 2009년과 20010년에 걸쳐 10명의 산모가 8번의 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4명을 출산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 간호사는 이 같은 사건의 당사자다. 그는 2002년 제주의료원에 간호사로 입사한 이후 근무해왔다. 그러던 중 2009년 결혼을 했고 1년 후 첫 아이를 임신했다.

 

기쁨도 잠시, 임신 9주에 접어든 문 간호사는 검진 차 병원을 방문했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계류유산'이라는 가혹한 진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 간호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아이가 죽어가는 경험을 했다"고 아픔을 되새겼다.

 

그는 당시 심정에 대해 "간절히 원했던 아이였는데 유산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충격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힘든 일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수행했을 뿐인데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현재 제주의료원에서는 한 달 평균 10번이 넘는 야간노동이 이뤄지고 있다. 간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 간호사는 "일이 힘들다보니 간호사들 이직이 많다.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은 간호사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이런 업무환경이 도내에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산에 대한 산재신청을 하자는 이야기에도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동료 및 선후배들은 자신과 같은 비극을 더 이상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나서게 됐다"고 이번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계기를 고백했다. 

 

다행히 문 간호사는 유산 이후 다시 임신과 출산에 성공해 올해로 3살과 2살이 된 아들 2명의 엄마가 됐다.

 

그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은 유산의 아픔을 많이 덜어냈다. 그럼에도 간혹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문 간호사는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제2의 제주의료원 사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앞으로 투쟁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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