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불구 '로봇수술' 시대적 흐름인가
2005년 세브란스병원 국내 첫 도입 후 수술건수 등 급증 추세
2013.07.30 09:49 댓글쓰기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이후 해마다 로봇수술 건은 급증하고 있으며 영역 또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로봇수술의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로봇으로 수술을 받으면 3명 중 2명은 사망한다"는 ‘로봇수술 괴담’이 돌았다.

 

이 괴담은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의 ‘로봇수술 사망률 80%’ 발언으로 생성된 것이다. 노환규 회장 발언 후 국민들은 불안했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민주당·경기 광명을)이 국정감사에서 로봇수술의 효용과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며 보건복지부 실태조사까지 진행했다.

 

복지부는 로봇수술이 도입된 2005년~2011년까지 수술 받은 전체 환자 2만944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사망률은 0.09%(사망자 18명)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급기야 최근 검찰 조사로까지 확대됐다. 고비용 대비 로봇수술 효과와 복강경 대체, 안전성 등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로봇수술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듯하다.


환자·의료진 만족도 높아


로봇수술은 외과 의사들에게 특히 호평을 받고 있다. 이유는 의사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 손 떨림을 자동적으로 보정시켜 주기 때문에 어려운 위치의 수술이나 상처를 최소화한 치료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용희 교수팀은 5살 어린이의 왼쪽 폐첨부(肺尖-폐의 꼭대기)에 위치한 4cm 크기의 종양을 가슴을 열지 않고 로봇수술을 시행해 성공했다.


17kg 밖에 되지 않는 어린이의 가슴을 개복할 경우 가슴뼈를 절개해야 한다. 이 어린이의 경우처럼 폐첨부에 위치한 신경종은 종양에 인접해 있는 주요 신경이나 혈관이 많아 개흉술이나 흉강경으로는 어려운 수술이었다. 특히 몸집이 작아 난이도가 더 높았지만 로봇을 이용해 적은 흉터와 빠른 회복으로 이틀 만에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용희 교수는 “로봇수술은 고난도 최소 침습 수술법으로 신경 및 혈관의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경과가 좋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을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도 개복수술에 비해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수술 후유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팀은 2007년~2010년까지 전립선암 수술인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환자 763명(로봇수술 528명, 개복수술 235명)을 2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 시 배뇨조절과 발기능 회복 속도가 각각 2.68배, 2.52배 빨라지는 변화를 확인했다.


안한종 교수는 “로봇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해 배뇨조절 및 발기능 회복속도가 빨라 로봇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이 환자의 기능적 회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최근에는 40~50대 젊은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전보다 수술 후 발생하는 발기부전과 요실금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늘어났다”며 “로봇수술을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는 수술 후 후유증을 개선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줘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암 수술에 있어 개복과 복강경, 로봇수술 중 어떤 수술법이 우수한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강영 교수팀은 지난 2007년 1월~2010년 10월까지 직장암으로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및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 총 495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후 회복 및 재원기간에서 로봇수술이 다른 두 수술법에 비해 장점이 많은 것을 확인했다.


항문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10cm미만)에 발생한 직장암 환자들에서 병의 진행정도와 개인별 체질량(BMI)등 비슷한 양상을 가진 만 60세 전후 환자 중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및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 각각 165명을 비교, 분석했다.


수술시간과 출혈량, 수술 중 수혈 정도, 절제연(Resection margin) 침범여부, 암 조직 제거 후 직장과 대장을 연결한 부위가 새는 합병증(문합부위 누출) 발생 유무, 소변장애, 수술 부위 감염, 통증 등 세부 평가 항목을 조사해 개복수술보다 복강경수술이, 복강경수술 보다는 로봇수술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최근 조기 건강검진이 늘면서 암이나 기타 각종 질병의 발생률 또한 높아졌다. 조기 진단으로 인한 조기 치료가 용이해졌기 때문에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단순 치료를 최선의 목적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암 등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수술원칙은 절제술이다. 하지만 최근 수술을 얼마나 흔적 없이 하고 수술 후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최소 침습 수술법이 각광받고 있다. 그게 첨단 의료기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명의가 있는 곳, 유명대학병원 등 인지도와 ‘첨단’이라는 것을 감안해 최종 치료 받을 병원을 선택한다. 때문에 첨단을 좋아하는 국민성과 맞아 떨어진 것도 로봇수술의 발전에 톡톡히 한 몫 기여를 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과연 안전한가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장에서 경쟁이 과도해진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병원 간 첨단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다 보니 사실 로봇이 과잉 공급된 측면도 없지 않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적절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 년 전 로봇수술 후 사망한 유명연예인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사망원인이 로봇수술에 의한 것인지, 이와는 무관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과연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정말 뛰어난 의료기술인가’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는가’ 등  논란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효과가 기존 수술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더 떨어지는 경우까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로봇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의 관련 의료진조차 이에 대한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거론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일반 복강경의 경우처럼 로봇수술 결과는 의료진의 임상경험과 수술 실력에 상당히 좌우되지만 어떤 명의가 수술을 하던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임상 의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로봇수술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500~1000만원 선이다. 일반수술과 견줄 때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각에서는 “병원 측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로봇수술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분석에서도 당초 알려진 뛰어난 임상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보의연은 “로봇수술과 관련된 논문 170여 편을 분석했지만 기존 수술법과 비교할 때 장기 생존율·재발률·심각한 부작용 등과 같은 주요 지표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근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논란에도 로봇수술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의료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개발한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이하 IS사) 제론 밴 히스윅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다빈치 로봇수술 건수는 더 많지만 임상적인 결과물과 논문, 새로운 분야의 확대 적용은 한국이 월등하게 높다”고 평가했다.


IS사는 지난 4월 세브란스병원 다빈치트레이닝센터에 시설과 인력지원을 확대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세브란스 다빈치트레이닝센터 외 추가 트레이닝센터를 지정할 계획이다. IS사는 국내 최대 임상규모를 가장하는 서울아산병원과 다빈치트레이닝센터 설립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란 불구 수요 계속 늘어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봇수술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로봇수술의 경우 비급여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전체 집계가 어려워 대표적인 세브란스병원의 수치를 살펴봤다.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은 2005년 도입당시 24건에 머물렀지만 2006년 189건, 2007년 485년, 2008년 1100건, 2009년 1625건, 2010년 1734건, 2011년 1546건, 2012년 181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질환도 10여개로 확대해 1만 례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위암과 갑상선, 대장암 등 새로운 표준 수술법을 개발해 세계에 발표하고 있으며 2011년 국내 처음으로 로봇수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로봇수술과 관련된 논문만도 100여건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25개 국가에서 약 700여명의 의료진이 로봇수술법을 배우고 갔을 정도로 시대적 흐름이 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사의 다빈치로봇은 전 세계 2585대(2012년 12월 기준)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보급된 곳은 미국(1878대)이다. 다음으로 유럽 416대, 아시아 191대, 호주 27대, 캐나다 22대 등이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80대로 가장 많으며 다음이 36대를 가진 우리나라다. 경제 성장이 가파른  중국도 벌써 22대를 소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치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도 21대를, 대만 14대, 태국 7대, 싱가폴 6대, 말레이시아 4대, 인도네시아 1대, 필리핀 1대 등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료로봇학회 한 관계자는 “로봇수술을 하는 의사들도 다빈치 로봇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 한계로 인해 기존 수술보다 월등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로봇수술의 장점이 평가절하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로봇은 기존 복강경에 비해 보다 미세한 수술이 가능하며 복강경은 2차원 영상으로 수술이 진행되지만 로봇수술은 3차원 영상을 통해 시술하고, 로봇 관절의 360도 회전, 3차원 영상, 최대 15배의 고배율 확대 등 추가적인 기능도 있어 개복수술에 비해 출혈과 감염 위험이 낮고 적은 흉터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장점”이라면서 “로봇수술의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만 결론내리고 배척한다면 한국 의료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로봇수술은 시대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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