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교육권 무방비…해 넘기는 부실의대 사태
학생들 등록거부·소송 보조참가 신청 등 반발 거세
2013.12.31 12:07 댓글쓰기

2013년 대한민국 의학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던 서남·관동의대 사태가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부실 운영 문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이래 2013년 서남대는 교육부로부터 최대 학과 폐쇄 예고가, 관동대는 신입생 모집 페널티를 받았으며 정부는 관련법 개정에도 나섰다. 그러나 진전을 기대하던 학생·학부모들은 해결책 마련에 더딘 행보가 이어지자 불안감에 휩싸였고 예전처럼 정부와 대학을 향한 항의를 거세게 표출하고 있다. 여전히 되돌이표만 그리고 있는 부실의대 사태로 학생들의 교육권이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편집자주]

 

서남·관동대 의과대학 부실 운영 사태가 진전 없이 한 해를 마감하게 됐다. 의대 신설 당시부터 진행돼 왔던 부실 논란은 학과 폐쇄 가능성이라는 극약처방과 신입생 모집 페널티에도 불구, 개선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동대의 경우 신설의대 부대조건으로 부속병원 건립 약속을 지금까지 이행되지 못해 총 정원이 49명에서 2014학년도에는 34명으로 준다. 그 사이 학생들은 광명·서울성애병원, 제일병원 등에 뿔뿔이 흩어져 강의 및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올해 안에 교육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한 학생·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학, 재단, 교육부까지 관련 기관에 항의와 읍소를 거듭했지만 어디에서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관동의대 한 학생은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면서 “2013년에는 해답이 나올까 내심 생각하고 있었지만 괜한 기대감이었다. 새 학기에 또다시 반복될 문제를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관동의대생 “등록·수업거부 결의-부속병원 해결” 촉구


10월 진행된 대학 총장과의 면담에서 관동대 측은 “현재 재단은 유동자금이 없는 상태이나 재단의 보유 자산은 2500억원 정도로 향후 학교 발전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관동의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11월 내 해결책 마련을 약속하며 학부모들의 항의를 진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대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의사 국가시험 준비와 거주지 등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관동의대 학생 및 학부모들은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학부모 모임 측은 “현재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교육 받을 학습장과 병원 주위에 조만간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 또한 부속병원 미해결과 함께 불투명해졌다”면서 “2013년과 같은 이중, 삼중고의 혼란이 있을 것을 대비해 전체 학부모들은 부속병원과 교육대책이 나올 때까지 신학기 등록을 거부한다는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비상대책협의회를 꾸리고 재단, 대학, 교육부를 상대로 재차 압박을 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감사원에 재단과 대학에 대한 국민 감사 및 교육부에 대한 행정제재를 청구하고, 등록 및 수업거부를 위한 준비도 고려했다. 


더욱이 신문광고를 통해 공개 호소문을 게재하고 단식 투쟁, 촛불집회 등 관동의대 사태 알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개 호소문에서는 “관동대 의과대학 의학과 학생들에게 주어진 현재의 교육환경이 헌법 제31조에 보장된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의료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의과대학이라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습니까?”라고 읍소했다.


관동의대 의학과 비상대책협의회는 교육당국과 재단 이사장, 대학 총장을 향해 “이번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등록거부, 수업거부 등의 방법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교육부, 명지학원, 관동대에 있음을 천명하고 행동할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기 전 해결해 주도록 간곡히 호소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교육부, 서남의대 폐쇄 추진…후속조치 미지근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생 및 학부모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5월 교육부에서 최대 학과 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발표까지 진행돼 조급한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지난해 실시한 감사 결과 교비횡령, 의대 교육 부실 등이 드러난 서남대에 대해 임원취임 승인 취소와 함께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의과대학은 폐지를 추진하되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1심 판결 후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역시 늦었지만 교육당국의 방침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지지를 보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발표 직후 “진작 할 수 있었던 일을 왜 지금까지 안 된다고만 해왔는지 모르겠다. 교육부는 그동안 의대 분리 폐쇄는 안 된다고 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남의대 폐지 결정을 환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마음고생을 겪었지만 다행히 올바른 결정이 내려졌다. 의대생들이 불이익이 없도록 후속조치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교육부 발표와 동시에 정상화를 원하는 일부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사회는 반발했지만 의대 현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안도하며 후속조치를 기다렸다.


그 사이 실제 폐과가 진행될 경우 공중에 뜨게 될 서남의대 정원을 탐내는 대학들이 부쩍 늘어났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렸다. 이들이 바라보는 문제는 대학 재단과 교육부 사이 소송이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남의대생 학부모는 “교육부 발표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의 부실 교육 문제가 이제야 끝이 나는 구나 생각하며 안도했다”면서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면서 여전히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속만 끓이고 있을 뿐”이라고 허탈해했다.


교육부 발표로 부실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한 해가 다가도록 소송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학부모 공동대표는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줄만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12월”이라며 “왜 행정법원에서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가 맞물린 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이들은 1심 소송 판결이 내년까지 미뤄지는 것을 막아보고자 해당 소송의 보조참가를 신청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등에 따르면 “교육 비리와 부실교육의 대명사인 서남의대 사건에 가장 큰 피해자는 현재 교육 중인 서남의대생”이라며 “재학 중인 학생 신분으로 소송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워 학부모들이 참여하게 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교육부 감사로 학교의 부정과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돼 부도덕한 학교당국에 사법적 단죄의 기회가 왔으나 현재 법적 절차로 불비한 교육환경이 연장되고 있다”며 “교육부 감사명령이 하루빨리 법적 구속력을 갖게 돼 재학생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송은 올해 안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더욱이 서남대 설립자의 형사재판이 이번 사건과 맞물려 있어 판결 시점은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학기 시작되면 1년 버리는 것” 절규


관동·서남의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토록 2014년의 시작을 막고 싶은 것은 새 학기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의과대학은 학년제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새 학기가 시작되면 1년을 또다시 불안감 속에 지내야 한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관동의대 학부모는 “내년 학사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시간이 가고 있다”며 “정당한 학습권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고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남대는 의대 안팎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속한 후속조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서남의대 예과생 학부모는 “예과, 본과 할 것 없이 의학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사설 학원만도 못한 시설에서 학생들이 지내며 공부하고 있다. 이대로 새 학기가 시작된다면 또다시 1년을 부실 교육에 학생들을 내모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부와 법원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료계에서도 부실의대 문제가 어떻게 봉합될지 예의주시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부실의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병원 평가인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한편 신설의대 인증의 필요성을 공론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의학교육계 인사는 “관동대와 서남대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의대의 부실교육을 용인하지 못할 것이다. 해당 대학, 관련 정부, 의료계 등은 부실의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교육당국은 부실의대 관련법 개정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평가 일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서남의대는 집행정지 결정 등에 따라 법원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대학설립 운영규정 개정이 일단락된 이상 앞으로 평가 일정 등 향후 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면서 “서남의대 문제의 경우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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