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치중'…기초의학 연구 풍토 조성 시급'
2011.09.14 11:00 댓글쓰기
"아직 우리 의학계의 현실과는 간격이 크지만 매년 묵묵히 자기 연구에 몰입하고 있는 의학자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연구토양을 배양해 주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역할입니다."

최근 'Faculty of 1000 Biology'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린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윤지희 교수[사진]를 만났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가 체액성 자가면역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윤 교수의 논문이 미국 온라인 우수논문 검색 시스템인 'Faculty of 1000 Biology'에 추천 논문으로 선정됐다.

'Faculty of 1000 Biology'는 생물학·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교수들 2000명 이상이 각 전문분야별로 발표 논문을 평가한 뒤 최고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있는 논문만을 '선택'한다.

윤지희 교수는 "조절 T세포는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면역억제 세포인데 자가항체 의존적 면역반응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기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논문에서는 류마티스관절염 동물모델에서 유전자조작에 의해 조절 T세포를 없애면 비장과 림프절에 장수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생함을 보여 그 세포의 장수의 원인을 밝혔다.

윤 교수는 "장수 형질세포는 수년동안 살면서 장기적으로 항체를 만들어 염증반응을 만성화 할 뿐 아니라 여러 치료제에 저항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 병을 난치 상태에 빠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조절 T세포가 장수형질세포의 발생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이 만성적 난치병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의학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윤 교수가 우려하고 있는 기초의학 부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다. 이는 결국 부실한 의사 양산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윤 교수는 "외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초의학 연구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면서 "기초의학에 대한 정부의 인식 개선과 과감한 투자, 기초의학자에 대한 연구 환경, 임상영역에서 발생한 재원의 기초의학 연구 투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임상의학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의 튼튼한 뿌리가 필요하다는 것.

윤지희 교수는 "기초의학 연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요즘 많은 젊은 의학자들은 임상의학을 선호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의 투자 또한 단기간에 연구성과를 내는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안전한 투자방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의 싹을 잘라버리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기초의학 연구분야에 있어서는 기초의학 특성에 맞는 연구성과 분석과 단계별 평가가 이뤄져야 연구의 토대를 튼튼하고 기초의학 연구 확산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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