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대 퇴출법 난항…교육부 반대 완고
의학대학 평가위원회 신설 놓고 난색…의협 산하 이관도 거부
2013.12.19 20:00 댓글쓰기

서남의대를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부실의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사진]이 야심차게 진행 중인 의학대학·전문대학원 평가기구 설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의학대학 등의 평가 강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평가위원회 신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숙 의원은 일명 ‘부실의대 퇴출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모든 의학대학·전문대학원이 대한의사협회 소속으로 설치된 ‘평가위원회’의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인증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평가위원회 위원의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하고, 실제 인증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기구를 두고 있다. 여기에서 전문기구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을 의미한다.

 

즉, 의평원이 의학대학 등을 인증심사하고 평가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승인하는 구조다. 평가위원회 승인은 의학대학 등의 평가인증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평가위원회 신설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행법에 교육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평가기관이 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하도록 돼 있고, 기존 평가 경험이 풍부한 기관 중 정부인정 기관을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부는 보건의료인 중 의사 양성만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직역 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의평원을 교육부장관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3년째  심의 중이다. 올해 안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가 박 의원 법안을 동의하지 않는 또 다른 지점은 평가위원회를 의협 산하에 둔다는 것이다. 대학 등의 평가 업무를 의협 산하 평가위원회가 맡으면 자연히 의학대학 관리에 대한 교육부의 입지가 좁아진다.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는 것이다. 

 

박인숙 의원, "초등학생(교육부)이 대학생(의평원) 평가하고 있는 격"

 

박 의원은 교육부의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의평원을 평가기구로 심의하는 것부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물론 박 의원의 이러한 판단은 그간 부실의대를 양산한 주책임이 교육부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는 "교육부의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의평원이 평가기구로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의평원 보다 더 많은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조상 전문성을 고려하면 초등학생(교육부)이 대학생(의평원)을 평가하고 있는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부실 의과대학 퇴출 혹은 관리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의료법 제5조 개정에 따라 2017년부터는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에 대하여만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법 부칙에서 그 대상을 ‘학교별 인증결과가 1회 이상 공개되기 전에 입학한 사람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어 2017년도부터 의료법 제5조 시행이 어렵다.

 

서남의대와 같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인증을 안 받은 의학대학은 사실상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게돼 부실의대 퇴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음에도 교육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평가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의학대학 등이 평가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의평원이 평가인증 인정기관 지정이 이뤄지더라도 사각지대가 존재해 부실대학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교육부의 우려에도 이 같이 추진하는 이유는 '모든' 의학대학 등의 평가인증이 의평원으로부터 이뤄져야 의사들의 해외진출 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2023년부터 세계의학교육연맹의 평가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세계의학교육연맹이 인정한 기관에서 평가인증을 받지 못하게 되면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해외 수련 및 진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국제적인 의사 이동, 의료산업의 국제화, 의료관광 등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평원이 세계의학교육연맹의 인정기관이 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정기관이 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의평원밖에 없다는 점에서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의사는 해외 수련 등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부실의대 퇴출법에 대해 공감했다. 박 의원의 판단과 같이 교육부의 인증심사위원회에 의학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교육부의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실제 심사를 담당하는 소위원회에는 의학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 인증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의과대학 교수도 소위 심의를 추인하는 역할정도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박인숙 의원과 법안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소통했다. 내부 회의를 거쳐 박 의원의 법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 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오늘(23일) 심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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