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우회로로 지목되는 ‘영업대행업체(CSO)’에 대한 조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불법 영업이 일어나는 원인은 CSO가 아니라 업무를 위탁한 제약사들에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CSO 바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시급한 조치들’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제약업계, 학계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를 양산하는 CSO에 대한 관리 및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을 독립 주체로서 인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9000억~1조대 시장 규모 2000여 업체 난립
김광호 전 보령제약 대표는 “국내 CSO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 9000억~1조원으로 추정되며, 현재 개인 사업자를 포함하면 2000여 개로 추정된다”면서 “이중 일부 CSO가 아웃소싱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통로로 변칙 활용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CSO는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영업 및 마케팅을 수탁하는 대행업체를 말한다. 지난 2001년 국내 처음 도입된 CSO는 의약품 판매 활동을 대행한 뒤 매출액의 30~50%를 수수료로 지급 받는다.
이들은 신제품 발매로 일시적 영업력 확대가 필요하거나 비주력 제품에 대한 영업비용 절감이 필요한 제약사 그리고 연구개발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제약사 등의 경영 효율성을 높여주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CSO가 아웃소싱이 아닌 리베이트 위험 회피 및 리베이트 전달 창구로 변칙 활용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제약사 출신 CSO와 관련된 제약사 지점 10곳을 리베이트 혐의로 압수수색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CSO가 단독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영업 업무를 위탁한 제약사가 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2014년 제약사들이 자신들이 고용한 CSO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의약품제조자(제약사)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의약품제조자 등이 CSO 등 제3자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시에도 해당 품목 제조사 등의 책임범위에 포함되며, CSO가 단독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해도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제조사 등에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있다.”(복지부 유권해석)
제약계 "CSO 규모 확대, 독립된 주체 인정 및 책임 물어야"
제약업계는 CSO 규모와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들을 별도의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고, 불법 영업활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류충렬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정책고문은 "윤리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불거진 CSO 연루 리베이트 사건은 CSO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나아가 이들과 계약을 맺은 제약사들도 함께 처벌 받아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관련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제약사가 자신의 업무를 대행하는 CSO의 불법 영업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으며, 이런 활동에서 얻은 이익을 향유하기에 CSO를 별개 주체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박재우 사무관은 “CSO는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을 대체하는 다른 형태”라며 “회사가 생산하거나 수입한 약을 어떤 방식으로든 영업 및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직접 직원을 고용하거나 더 잘하는 업체에 위탁하는 선택지 중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사무관은 “좋은 CSO와 나쁜 CSO를 선별하는 작업보다는 제약사들이 CSO를 어떤 맥락에서 활용하느냐가 이 사안의 핵심이자 본질”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복지부는 CSO를 주체적으로 행위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약사의 손, 발로 기능하는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제약사가 CSO를 리베이트 창구로 악용할 경우 법적 책임이 더 무겁다는 사실도 주지시켰다.
박 사무관은 “제약사가 제3자인 CSO에게 리베이트를 시키고, 책임을 전가할 경우 형법 규정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다”며 “음성적인 CSO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