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건강검진 중 내시경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 책임이 가중되는 가운데 개원가에서는 내시경 검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최근 내시경검사로 환자를 식물인간에 이르게 한 의료진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례없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4년 4월 환자 A씨가 동네병원 의사 B씨를 찾아 대장내시경을 받았던 당시 B씨 실수로 A씨 대장에는 지름 5cm의 구멍이 생겼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B씨는 병원장 C씨에게 시술을 넘겼고 급기야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D씨는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구멍을 발견했지만 접합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현재 A씨는 식물인간 상태다.
재판부는 의사 3명 모두에 과실이 있으며 과실에 대한 책임을 100%로 봤다. 법원은 “A씨가 기존에 대장질환과 지병이 없었음에도 의료진 과실로 천공을 입었고 추가검사 도중 쇼크를 일으켜 최종적으로 뇌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피고들의 책임은 제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 외에도 내시경검사는 의료분쟁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에게 책임 소재가 큰 영역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개원 이후부터 2017년까지 접수된 건강검진 관련 의료분쟁 사건을 분석한 결과, 건강검진 의료분쟁 100건 중 무려 45건이 내시경검사에서 빚어졌다.
40건의 의료분쟁을 야기한 암 진단 지연을 제치고 건강검진 분야에서 분쟁이 가장 많은 것으로 꼽혔다.
이로인해 개원가에서는 “앞으로 내시경검사는 방어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과 A원장은 “실제 의료분쟁에 휩싸인 경험이 두 차례 있다”면서 “규모가 작은 개원가라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검사 중에 문제가 생기면 환자 입장에서도 힘들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크지 않은 사안이어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음에도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쌓여있지 않아 분쟁으로 치닫게 된다. 과실이 아닌 사고로 발생한 일이어도 분쟁이 빚어지면 몇천만원을 보상해야 한다. 이후에는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15년째 내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B원장은 “주변에서도 내시경 검사로 분쟁에 휘말리는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를 가까이서 보니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내시경 검사를 안 할 수는 없어서 문제가 빚어지지 않을 환자에 국한해서 최대한 방어적으로 실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이 환자와 개별 병의원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해 학회 차원의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박현철 회장은 “대형병원은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전담하는 부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원가에서는 최대한 조심해서 검사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방어적으로 진료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 중에 언제든 교통사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시경검사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라면서 “방어진료를 하면서 환자와 라포를 형성해 분쟁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