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또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이 터졌다. 제약회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의사 100여 명이 대거 검거됐다.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60년 전통 중견기업인 A약품은 3세 경영자인 대표이사가 검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의 무더기 행정처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사 1명(46세 남)은 구속됐다.
이 제약사는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와 자사 의약품 판매촉진 및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불법 리베이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A약품 전·현직 대표이사 등 3명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06명 등 총 127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거된 127명은 A약품 본사 10명, 의사 106명, 사무장 11명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A약품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 방법은 전국 영업지점을 동·서로 구분 후 수직적 관리를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특별상여금·본부지원금·출장비·법인카드 예산 등을 지급해 실비를 제외한 금액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조성된 리베이트 자금은 선지원 및 후지원, 품목인센티브 방식 등으로 의사들에게 제공됐다.
선지원 방식은 영업사원이 의사와 처방기간, 처방금액의 10~20%를 약정한 후 대표이사 결재를 받아 본사 영업부서장 또는 지점장과 동행해 의사들에게 현금으로 제공되는 식이다.
후지원 방식은 거래처를 등급별로 분류해 연초에 정한 등급별 비율에 맞게 매월 현금 또는 법인카드 예산 등으로 의사들에게 현금 등 이익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원장의 요구에 따라 격월 1회, 3개월 1회, 자비 제공 후 보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인센티브는 각 거래처를 상대로 특정 제품에 대해 일정 기간 처방 금액 대비 100~300%까지 리베이트를 제공 식으로 진행됐다. 리베이트는 금액은 300만원에서 최고 2억원에 달했다.
경찰 수사결과, 일부 의사들의 각종 갑질 행태와 함께 허위진술 등을 강요한 정황도 확인됐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중 일부는 대리운전을 비롯한 각종 심부름, 의사들이 참여해야 하는 필수교육에 대리 참석, 어린이집 및 유치원 등원 접수, 자녀 유치원 재롱잔치 등 개인일정을 영업사원에게 미룬 정황도 밝혀졌다.
이 외에 경찰은 수사진행 중 일부 의사들의 ‘갑을 관계’를 이용해 영업 직원들을 협박·회유한 사례도 파악했다.
경찰이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구속된 의사는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이번 한 번만 진술을 번복해주면 보상은 확실히 해준다. 강압수사로 진술을 잘못했다고 얘기해 주면 확실히 밀어줄게"라고 회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