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원장 오병희)이 올 2월 진료실적이 저조한 교수에게 직접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들의 진료실적을 다시 점검해 최후통첩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후통첩은 겸직해제가 유력해 보인다. 현재 서울대병원 임상교수의 경우,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국립대병원 의사와 교수를 겸하는 '겸직교원'에 해당된다. 급여도 대학과 병원에서 동시에 지급받고 있다.
물론, 병원이 ‘겸직해제’라는 극단의 결정을 내릴 경우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질 것이 자명해 이 같이 초강수를 두기까지 병원측은 다양한 방안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진료제 개선안의 후폭풍으로 최근 국내 수도권 대학병원 중 H대학병원이 교수를 포함한 직원 연봉 삭감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유수의 병원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 오병희 원장은 올 2월 10여명의 임상교수에게 ‘경고’ 서한을 보내 진료실적 부진을 독려한 바 있다.
병원 전체적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가며 의국, 진료과 내 법인카드 자제 당부 등 다각도로 내핍 경영에 들어간 가운데 교수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일종의 문책성 경고가 반복된다면 부작용만 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가 하면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병원 경영 상태가 여간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적지 않은 교수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개선안 등에 이어 전공의 주80시간 상한제 등 안팎의 환경이 지나칠 정도로 악화되면서 “거품이란 거품은 제거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병원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적자액은 바로미터다. 스스로 자구책을 찾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최근 수 년 간 유수의 병원들이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이유로 양적, 질적 팽창을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씁쓸해 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역시 병원을 확장하면서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 마저도 녹록치 않았던 셈이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임상과 A교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반발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대학교수’로서의 정체성과 ‘진료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병원 경영은 일부 집행부만의 몫이 아니지 않나”며 “교수들 모두 책임의식을 가지고 현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임상과 B교수는 "지금은 어느 진료과를 막론하고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심지어는 진료실적에 따라 과 운영비가 차이가 나기도 하는 상황까지 이른 실정"이라면서 "다만,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이뤄져야 교수들의 사기도 저하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