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단히 오해한 것이 있다. 우리는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 일을 포기한 것이다. 모멸감을 느껴 직업을 그만 둔 것이다. 정부가 총선 욕심을 버리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류옥하다 전공의는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기한 마지막날인 오늘(29일) 의협회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호소했다.
류옥하다 전공의는 "박민수 차관이 대화창구를 마련하고 전공의가 원한다면 즉시 화답하겠다고 발언한 날, 조규홍 장관은 미국 의사 지원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고 말했다.
"차관은 대화, 장관은 겁박, 대통령은 타협 없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 것인가?"
그러면서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협상 또는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하고, 복지부는 동료 전공의 자택을 찾아와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며 "차관은 대화하자고 말하고, 장관은 겁박하고, 대통령은 타협은 없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정말 전공의와 대화할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류 전공의는 "대화와 협상의 기본은 신뢰이지만, 정부가 앞선 약속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했다"며 "전공의들이 대화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가짜뉴스로 의료계가 사분오열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압박하면 돌아올 것으로 오판하고 있으나, 실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항하기 위한 사직이 아닌 직업을 포기하기 위한 사직이기 때문이다.
류옥하다 전공의는 "정부는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며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며 "총선 욕심을 좀 버리고, 현재 잘 작동하고 있지만 일부 문제점이 발생하는 의료정책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대 여명은 OECD 국가 3위이면서 신생아 사망률 최하위, 면적당 의사 수도 적지 않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증원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방법들도 함께 모색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의대 증원 사안과 관련해선 선배 의사가 아닌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화 창구에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협회관 안이 아닌 밖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의협 비대위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려고 하고 있지만 지금 행동 주체는 의대생, 전공의"라며 "저희 운명은 저희에게 맡겨 달라. 저희가 협상 대상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