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입영하게 될 예정이라는 정부의 공식 문서를 신뢰하고 인생을 계획했다. 그런데 정부는 하루아침에 일을 번복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2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의 항의 집회에서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사직 전공의 정연욱씨는 이처럼 말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병무청이 공식 문서를 통해 보장했던 입영 일정을 갑자기 번복하면서 행정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서울지방병무청으로부터 '의무사관후보생 수련중단으로 2025년에 입영하게 될 예정'라는 내용이 담긴 공식 문서를 받았다. 정씨 이에 맞춰 새로운 직장과 올해 3월까지 계약을 체결했으며, 개인 사업도 훈련소 입소 전까지 일정에 맞춰 정리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최근 "사직 전공의들 2025년 입영이 보장되지 않으며, 최대 4년까지 입영이 연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그는 "입영이 불과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이런 정책 변경을 날치기처럼 진행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정이다. "병무청 입장 번복이 행정 신뢰 보호 원칙과 법치 행정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병무청이 자의적으로 법률 해석하는 등 국민 오도(誤導)"
정씨는 "병무청 측과 여러 차례 통화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답변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는 왜 2025년에 입영하게 될 예정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는지를 물어보니 '그냥 통상적인 안내문이었을 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제가 받은 문서는 서울지방병무청장 직인이 찍혀 있는, 공적 효력을 보증하는 국가의 공식 문서였다. 이것이 과연 책임있는 행정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정씨보다 늦게 사직한 전공의들에게는 '2025년 입영 예정'이라는 문구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는 병무청 내부에서도 문구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본 국민에게는 사과도 없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병무청이 입영 일정 변경 법적 근거로 ‘병무청 훈령 제7조 제4항 제1호’를 들었지만, 이 규정은 단순히 '퇴직한 경우 다음 연도 입영 대상자로 병적 관리한다'는 내용일 뿐 반드시 다음 해 입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무청은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공식 행정 문서에 2025년 입영 예정이라고 확정적인 표현을 썼다"며 "법률 문구를 행정 편의적으로 해석해 국민을 오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 후배들은 절대 의무사관 후보 서약서 작성하지 마세요" 호소
정씨는 후배 전공의들에게 의무사관 후보 서약서를 작성하지 말 것을 강하게 당부했다.
그는 "제가 1년간 겪은 이 끔찍한 현실은 4년 전에 의무사관 후보 서약서를 서명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저는 국가를 믿었고, 국방부와 병무청을 믿었으며 대한민국 법을 믿었다. 그러나 뒤통수를 맞았다"고 배신감을 피력했다.
이어 "국가는 여러분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국가는 여러분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제가 겪은 이 일들이 후배 여러분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분당제생병원 사직 전공의 송하윤 씨가 개인적으로 주최했으며 사직 전공의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직 전공의들은 결의 및 요구안을 통해 정부의 급작스러운 병역 정책 변경을 비판했다. 더불어 ▲입영 대기 방침 철회 ▲기존 훈령에 따른 보충역 입영 보장 ▲공중보건의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입영 인원 확대 ▲수련제도 개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