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제약계 파장 촉각
복지부 결정, 동아·대웅·유한·종근당·한미 등 상위사 대거 포함
2018.08.09 11:5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제약업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지분을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심의·의결하고,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가진 기업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아 적절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대표 기관투자자 중 하나로, 6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아 그동안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현재 영국을 비롯 미국, 일본, 캐나다 등 20여개 국가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와 달리 국민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 및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기금자산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문제 해결 및 개선을 위해 모든 효과적인 수단을 강구, 적극 이행토록 요구해야 한다.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타주주의 주주 제안 및 기업에서 상정하는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연계, 의결권행사 사전공시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에 이행방안을 마련,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는 이미지를 가졌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 때문에 리스크가 큰 기업들에는 투자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기금이 5%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제약 종목으로는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SK케미칼, 종근당, LG화학, 한국콜마,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부광약품 등이 있다.

올해 2분기 국민연금 지분율은 동아쏘시오홀딩스 12.81%, 동아에스티 12.21%, SK케미칼 12.21%, 유한양행 12.14%, 종근당 10.97%, 대원제약 10.94%, 한미약품 10.26% 등으로 나타났다.

10% 이하 지분율을 가진 종목들은 GC녹십자 9.99%, 영진약품 9.61%, LG화학 8.72%, 대웅제약 8.20%, 부광약품 7.13%, 일양약품 7.08%, 환인제약 6.78%, 종근당홀딩스 6.26%, JW생명과학 5.14% 등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되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은 제약사들일수록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수합병 및 시설 확충, 신약개발 위한 지분 투자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제약사들의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에도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했던 사례가 있다.

과거 2013년 동아제약이 정관 일부를 변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서 확정했지만, 9.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천신만고 끝에 동아제약은 지주사 전환에 성공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는 사실상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경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오너나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 많은데 이때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론 단계적으로 시행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고려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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