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 안전사용 설문조사에 당황스런 제약사
업계 '품질보다 사용기관 오류 더 많은데 부담, 실질적인 약가제도 개선부터'
2018.07.07 06:1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주사제 관련 일련의 사건은 ‘약의 품질’이 아닌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왜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국내 A제약사 관계자)”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를 받아 ‘주사제 안전사용을 위한 종합개선 방안 연구’를 위해 약 145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의료기관에서 주사제 오염으로 신생아 집단 사망과 피부과에서 집단 패혈증 증상이 발생하는 등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잘못된 주사제 사용 원인으로 '소포장 주사제 부재'가 지목되면서, 의료기관은 물론 제약사를 대상으로 주사제 생산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주사제 안전성 및 해외 허가현황 파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설문지를 받아본 제약사 담당자들은 광범위한 조사내용에 적잖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여현황 및 오리지널 의약품의 미국, 유럽 등의 허가 품목 현황은 물론 주사제 재구성 후 안전성, 희석 후 안전성, 해외에 있는 다양한 포장용량, 용기를 국내에 등재하지 않는 이유 등을 상세히 기재토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구성 후 안전성과 희석 후 안전성의 경우 국내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과 일본의 주사액 혼합가이드라인, 미국 약전 무균제제조제 및 ASHP 가이드라인 등에 근거해 평가 점수를 기록해야 한다.
 

이중 일부는 식약처가 이미 가진 정보를 중복으로 기재해야 하고, 제약사가 해외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판매 중인 주사제는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아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도 모두 기재해야 한다”며 “다른 업무도 많은데 우리 회사 내용은 물론 해외 사례까지 요구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20개가 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언제 다 조사해서 자료로 만들어 제출할지 걱정"이라며 "해외 시장조사는 식약처나 국책 연구기관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설문 내용 중 '대용량 주사제'만 공급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부가 강력하게 약가인하 정책을 유지해왔기에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D제약사 관계자는 "잘못된 주사제 사용이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제약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식의 분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논란이 됐던 제품은 해외에서도 대용량만 생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제약사들이 대용량을 주로 생산하는 이유는 현행 약가제도 안에서 소용량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며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약가 인하만을 강조하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업계는 주사제 관련 사건을 막으려면 소용량 주사제 수요조사보다 제도 개선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정 약가를 받을 수 없다면, 수요가 있다 한들 소용량 주사제 생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F제약사 관계자는 "이런 조사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적당한 약가보전을 통해 저용량 제품을 만들어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 청구방법 예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사제 청구 시 앰플제제는 병당 청구가 가능하지만 바이알 제품은 실사용량 청구만 가능해 바이알 제품은 나눠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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