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동아·녹십자·SK·안국약품 등 '답답'
내달 시행 나고야의정서, 가이드라인 부재···제약사들 '분통'
2018.07.10 06: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오는 8월17일 나고야의정서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관련 지침이 전무해 국내 제약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을 위해 지난해 8월 17일 발효된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시행된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의 부속 합의로,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제공 국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계약에 따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쉽게 말해,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유전자원을 신약 개발에 이용할 경우 해당 국가에 그 사실을 통보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예상 이익의 일부를 나눠야 한다.
 

따라서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제약업계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및 미생물 등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해 개발한 ‘천연물(생약) 의약품’이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허가된 천연물 의약품은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정·모티리톤정’, GC녹십자 ‘신바로캡슐’, SK케미칼 ‘조인스정’,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영진약품 ‘유토마외용액’, 한국피엠지제약 ‘레일라’, 구주제약 ‘아피톡신주’ 등 8개 정도로 집계된다.
 

이 중 스티렌정, 조인스정, 시네츄라시럽, 레일라정, 모티리티정 등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연매출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이들을 생산 및 판매하는 제약사 대다수가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가이드라인조차 제공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동아에스티, GC녹십자, SK케미칼 등 국내사 대다수가 지난 1년간 해외 사례나 국내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만 진행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대비책도 세울 수 없다”며 “환경부, 복지부, 산업부 등 다양한 부처가 연관돼 있어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달라 관련 지침 마련이 더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 두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우선, 제약사들이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할 경우 그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의정서의 핵심 내용인데, 이때 이익 범위와 측정 기준, 지불 시기 등에 대한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이 제도는 당사국과 당사자(기업) 간 계약 체결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그 울타리 내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자원 이용 시 자원보유국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나 이익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원료 수입국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감수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유리한 계약 조건을 따내려면 철저한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대다수 제약사들이 계약을 맺어야 하는 자원보유국이 '중국'이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중국은 정치적 리스크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고, 협상이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중국 쪽에서 관련 지침을 전혀 발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면 정부라도 나서서 중국 정부에 재촉을 하든지, 승인 절차에 반영해야 할 업계의 요구사항이라도 미리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자국 자원 보호를 내세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나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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