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기획 上]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약사단체에서 제기된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불거졌다. 요지는 "약의 효능이 불충분한데 과도하게 처방돼 건강보험 재정이 손실되고 있으니 재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원외처방액 규모는 2900억원에 달했으며, 현재 240여 개 품목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뇌기능 개선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실적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보조치료제로 쓸만한 의약품이 없고, 더욱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 경제성 논리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건보재정을 염두에 둔다면 적응증 범위를 조정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평가에 착수한 가운데 향후 약효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방법을 두고 의료계와 약계의 시각 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메디는 이번 논란을 3회에 걸쳐 정리해보고, 주요 쟁점들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치매환자 급증···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인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의약품은 지난 5년간 치매환자들에게 150만여건 처방되며 입지를 넓혀 왔다. 국내 치매환자 4명 중 1명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처방 건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치매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는 75만명으로 추산되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는 발생 원인이 불분명하고,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치매에 걸리면 뇌기능 손상으로 인한 인지와 판단, 행동 능력 등을 잃게 되며, 비가역적이다. 이에 상당수 중장년층 사람들이 예방적 차원의 의약품을 원한다.
이런 맥락 속에 보조치료제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인기를 누리게 됐다. 약효에 관한 임상연구 결과가 있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처방이 급증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급여청구 건수는 총 2929만건으로, 청구금액은 1조1776억원에 달한다.
대표 품목으로는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과 종근당 '종근당글리아티린'이 꼽힌다. 글리아타민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767억원, 종근당글리아티린은 629억원으로, 두 품목이 전체 처방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A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부작용이 적고,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치매 예방을 위한 보조제로 처방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확실한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이 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약사단체 지속 문제 제기···박능후 복지부 장관 "약효 재평가" 답변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량이 증가할수록 효능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건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예방은 커녕 뇌기능 개선 효능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건보 재정이 투여되는 것을 비판하며 '약효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 건약의 이 같은 주장은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핫이슈로 부상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항암제 1조원, 희귀질환치료제 3200억원 가량이 지출되고 있는데 효과성 논란이 일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2700억원을 지출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을 국내에선 건강보험까지 적용하고 있다는 측면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임상적 효능을 재평가해서 급여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의원은 "약제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합리적 급여기준 설정하겠다는 답변이 있었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효능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합리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6월까지 재평가를 완료하겠다"며 "심평원, 식약처 3개 기관이 함께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을 포함한 급여 재평가 의약품 리스트 작성에 들어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약처가 우선 약의 유효성에 대한 재평가를 완료하면 그 결과에 따라 심평원과 함께 급여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면서 "급여 재평가 리스트는 11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콜린알포세레이트 효과 검증 작업 착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유효성 재평가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제약사 130곳을 대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허가사항의 효능·효과별 유효성 입증 자료, 국내외 사용현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업체 의견 및 필요시 허가사항 변경을 위한 자료 등을 11월 11일까지 요구했다.
식약처가 품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견해와 함께 필요 시 허가사항 변경을 위한 자료도 요청한 대목에서 유효성 평가 후 허가사항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헌을 근거로 하며 여기에 업체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재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만약, 문헌평가 결과 효과가 입증됐다고 판단하면 시안 열람 및 결과를 공시할 방침이다.
반대로 허가된 효과 등에 대한 입증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시행토록 하는 '임상 재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이 같은 절차는 약사법 제33조 의약품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관련 자료 제출을 마감했고, 이를 기반으로 문헌 재평가부터 진행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임상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