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하나인 발열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해열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세트아미노펜(제품명 타이레놀), 아스피린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열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은 비스테로드성 소염제(NSAIDS 계열)이기도 하다. 제품명으로는 부루펜·이부펜·도시펜·나르펜·에드빌 등이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는 이부프로펜 성분 의약품을 복용해선 안된다"고 권고하면서 촉발됐다.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부프로펜이 특정 상황에서 부작용이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동안 자가 치료용으로 이부프로펜을 사용하지 말고 차라리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의 다른 이름)을 쓸 것을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이부프로펜이나 이와 유사한 소염제의 투약이 코로나19 감염을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SNS를 통해 주의한 뒤 나온 조치다.
이 같은 권고사항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는 있다.
최근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에 이부프로펜과 같은 소염제를 복용할 경우 특정 효소작용이 촉진돼 코로나19 감염이 촉진되고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그러나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 있는 호흡기 수용체 발현을 높여 바이러스 침투를 용이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도 중앙임상위원회서 관련 내용을 확인, 추가 진료지침에 대한 권고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관련 연구논문을 확인하고, 전문 의료진들의 판단도 받겠다"며 "인플루엔자나 다른 바이러스성 감염증 때 아스피린 같은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사례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의약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부프로펜 성분이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정보가 퍼져나가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불안감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WHO 권고 이후 약국에서의 타이레놀 판매가 증가해 일부 지역에선 품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보건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미국에선 사재기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약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공존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 건강상태나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NSAIDS 계열 약물들의 항염 작용 자체가 우리 몸 안에 바이러스를 오래 지속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왔다"며 "이 계열 치료제의 부작용이 신장 손상 및 심장 부작용 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WHO는 소염제 기능이 있는 이부프로펜보다 파라세타몰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만약 환자가 간(肝) 건강이 나쁘다면 간 손상 부작용이 있는 파라세타몰을 피해야 한다"며 "의료진과 상의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불확실한 공포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