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학계가 처음으로 주도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이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조기 종료됐다.
이번 임상시험을 주도했던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면서 “현재 가장 유력한 치료제는 렘데시비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과 방역연계 범부처감염병 연구개발 사업단이 지난 20일 개최한 코로나19 관련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김 교수는 앞서 지난 3월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등록했다.
유력한 치료제 후보인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로, 대한감염학회가 주관해 11개 센터가 참여했다. 대표 연구자는 김 교수다.
이 연구는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으로 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당초 5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연구는 시험에 참가할 환자가 더 이상 모이지 않아 지난 4월 30일 조기 종료됐다.
"목표치보다 훨씬 적은 환자로 단기 연구,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매우 어려웠다"
연구팀은 원래 150명의 임상시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연구가 종료될까지 참여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65명에 그쳤다.
김 교수는 “이태원 사건 이후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4월 말 당시에는 참가자가 더 이상 모이지 않았고 연구를 중단하게 됐다”며 “목표했던 환자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다음 연구에서 사용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해당 임상시험의 참가자들은 주로 경증환자였다. 주목할 것은 증상 발현부터 투약까지의 기간이 약 1주일로 다른 해외연구에 비해 짧았다는 점이다.
참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경우 투약 7일부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
김 교수는 다만 “연구팀이 목표했던 만큼의 환자수가 아니기 때문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당장 쓰자고는 할 수 없다”며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해본 정도의 의미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으로 국내 환자들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심평원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HIRA 빅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단 50여명의 환자를 살피면서도 행정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익명화 작업 때문에 자료가 제공되는데 일주일이 넘게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상연구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선 행정적인 부분에서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좋은 지원자가 있어도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 때문에 초기결과를 내지 못하고 투자한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치료제는 개발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효과 입증 과정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
한편 김 교수는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는 렘데비시르를 꼽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칼레트라는 보다 유의미한 연구결과 나올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아직 저널에 게재되진 않았지만 최근 미국 연구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투약환자의 회복기간을 31% 단축하고 사망률도 3%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며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칼레트라는 중국 연구에서 환자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다만 해당 연구의 경우 코로나 사태 초기 진행된 연구이고 무엇보다 중증 환자에선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선 “최근 JAMA 등 저널에 실린 연구를 살펴보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 회복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또 다른 의학지에 실린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도 큰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명확한 치료제가 나오기까지는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현재 많은 국가와 기관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치료제는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효과를 증명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향후 연구들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