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폐암신약 유한 레이저티닙 임상 2상 '성공'
효과·안전성 등 확인···품목허가 이어 글로벌 임상 3상 준비 착수
2019.05.22 05:03 댓글쓰기

폐암 치료 국산신약 레이저티닙(YH25448)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증명할 임상 1/2상의 최신 업데이트 결과가 오는 6월3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 최초 공개된다.
 

유한양행(대표이사 이정희)의 레이저티닙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에 기존 치료제 투여 후 발생한T790M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는 서양인의 경우 10~15%, 동양인의 경우 30~40%에 이를 정도로 빈번히 발생한다. 레이저티닙 임상1/2상 시험에는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127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참여했다.


치료 기간의 중앙값은 9.7개월이었고, 모든 환자에서 연구자 평가에 의한 객관적 반응률(ORR)은 60%,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에서 64%, T790M 돌연변이 음성 환자에서 37%를 나타냈다. 측정 가능한 뇌병변이 있는 환자의 두개내 병변에 대한 객관적 반응률도 50%였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결과가 처음 공개됐는데 모든 환자에서 8.1개월, T790M 돌연변이 양성 환자에서 9.5개월, T790M 돌연변이 음성 환자에서 5.4개월을 보였다.


특히 레이저티닙 120mg 이상의 용량을 투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은 12.2개월로 증가했다. 현재 임상 2상은 240mg 용량에서 진행 중이다.


약물 안전성 관련 연구결과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한 이상 반응은 가려움증 27%, 발진 24%, 변비 20%, 식욕 감소 19%, 설사 14% 순으로 크게 심각하지 않았다. 이상반응으로 인해 약물 투여를 중단한 환자는 전체의 3%, 레이저티닙 투여와 관련 있는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3% 수준이었다.


임상 3상 신청 유한양행, 타그리소 1차치료제 허가는 극복해야 할 과제


레이저티닙은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가 아니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레이저티닙과 동일한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을 비롯해 전(全) 세계 많은 국가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특히 타그리소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최우선 권고되고 있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미국·유럽 시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금년초 1차 치료제 지위를 획득했다.


이는 레이저티닙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한양행으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당장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낼 예정이었지만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치료에 비해 의미 있는 장점(의학적 미충족)을 가진 의약품’이라는 요건에 맞는지 따져야 하는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예정보다 늦어져 연말 신청이 예정된 임상3상이 개시되더라도 참여할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급여 전이지만 타그리소가 기존 EGFR-TKI을 상회한 결과로 허가를 받은 가운데 레이저티닙 1차 치료 임상에 참여할 환자가 충분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해당 계열 약물인 한미약품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경우에도 환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상 참여 환자 중 절반은 화학치료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효과를 인정받은 약제가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환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미약품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쟁 제품보다 탁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글로벌제약사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차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환자 등록에서부터 임상을 담당할 의료진 및 의료기관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타그리소 못지 않게 치료효과‧안전성 가진 약물, 성공 가능성 충분”


레이저티닙은 지난해 11월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계약금 5000만달러, 총 12억5500만달러(한화 1조4천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됐다.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이전 계약 가운데 역대 2번째이자 단일 항암제로는 최대 규모였다.
 

임상 현장에선 이 같은 상품으로서의 가치 외에 임상적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3조원이 넘는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시장에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조병철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는 “레이저티닙을 통해 기존 EGFR 돌연변이 억제제에 대한 내성으로 치료의 선택폭이 좁았던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치료옵션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뇌전이 환자에는 큰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게 되면 소득이 낮은 국가의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글로벌 3상 시험에는 아시아 다수 국가를 비롯한 남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참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명주 교수(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도 “레이저티닙은 효능이나 안전성은 타그리소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현재로선 임상 3상 데이터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이를 수행하는데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타그리소가 비싼 가격 때문에 다수 국가에서 1차치료제 허가를 주저하는 모습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1차치료제 허가는 받았지만 급여화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임상에 참여할 환자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레이저티닙이 앞선 임상1/2상에서 탁월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 만큼 전세계 의료진 관심이 높아진 점도 고무적이다. 1, 2세대 약물의 내성 발현을 극복한 것으로 보였던 3세대 약물 타그리소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 사실은 레이저티닙의 개발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안명주 교수는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급여화됐다고 해도 현재로선 비교 임상을 진행할 경우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약제인 만큼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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