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바이오사들이 반려동물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용 항암제는 보통 10~15년이 소요되는데, 반려동물용은 비교적 개발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속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항암제 시장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는 2022년 8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오는 2027년에는 15조 원, 2032년에는 2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암은 개의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사망 원인의 47%다. 고양이는 개보다 암 발병률이 낮지만 림프종, 유선종양, 구강암 등의 일부 암들은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반려동물 항암제 개발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박셀바이오, 반려견 항암제 개발 선두…8월 품목허가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박셀바이오다. 박셀바이오는 지난 8월 '박스루킨-15'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로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적응증을 림프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품목허가 변경신청서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제출했다.
박스루킨-15는 개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반려견의 암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유선종양 절제 수술을 받은 환견 55마리(시험군 27마리, 대조군 28마리)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박스루킨-15를 병용한 환견이 종양제거 수술만 받은 환견에 비해 임상 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나고, 삶의 질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셀바이오는 PCT 출원을 발판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글로벌 시장으로 박스루킨-15 수출과 기술이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바이오 "췌장암 항암제 '폴리탁셀', 반려견 항암제로 선회"
현대바이오는 사람 췌장암 항암제로 개발하다 2년여간 중단된 '폴리탁셀'을 반려견 항암제로 개발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현대바이오는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 전문 CRO인 '컬프'에서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을 위한 유효성 실험'에서 자연발생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에게 폴리탁셀을 투여한 결과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반려견 전용 항암제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3상은 품목허가 승인권자인 농림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 절차를 거친다.
현대바이오는 현재 진행 중인 유효성 실험에 이어 농림부에 임상 신청 후 개시되는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도 대규모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틸렉스, 동물용 면역증강게·면역항암제 개발
유틸렉스의 주노시스 사업팀은 산업동물용 면역증강제와 반려동물용 면역항암제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출시 목표 시점은 각각 2025년과 2027년이다.
유틸렉스의 반려동물용 면역항암제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수술이 필요 없는 단독 요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와 고양이 모두 투약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유틸렉스 반려동물용 면역항암제의 타깃 암종은 유선암이며 암종은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유선암은 반려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3대 암종(비만세포종, 림프종, 유선암) 중 하나다.
이 외에도 HLB생명과학이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에 표적항암물질 '리보세라닙'을 지난 2022년 첫 투여하며 동물용 항암제 개발을 위한 허가용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치료제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개의 경우 사람보다 유선이 많아 관련 질환이 흔하게 발생하는 만큼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