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소재 병원들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들어 지방 소재 병원들에서도 수도권 못지 않게 병상 신증축 붐이 불고 있다.
최근 전남대·조선대·경상대 등 지방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신축 및 병상 증축 등을 통한 규모 확장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수도권 지역에 대형 병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환자쏠림 현상을 초래한 바 있는 가운데 지방 소재 병원들도 몸집을 키우며 규모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 같은 추세는 지방 환자들에게는 단연 ‘환영’ 받을 일이다.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포진했던 대형 병원들이 지방에도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 수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지역 간 극명하게 대비됐던 병원 시설·질적 양극화 양상 등이 다소 감소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증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을 각 병원들 입장에선 서로 간의 규모 경쟁이 불가피해 졌다. 지방 환자들의 실질적인 수요 대비 해당 병원들의 병상 공급 수치가 과연 적당한 수준인지 또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너도나도 ‘몸집 불리기’
올 초 충북대학교병원은 현재보다 160병상이 늘어난 800병상 규모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병원은 향후 2~3년간 연차적으로 병실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병원은 지난해 12월 연면적 1만5069㎡ 규모의 ‘충청권역 호흡기질환센터’ 기공식을 갖고 내년 말께 완공할 예정이다.
전남대학교병원도 오는 2022년까지 병원과 의과대학 부지에 병상 수 1004개, 수술방 30개 규모의 대형건물을 건립하는 등 특화된 의료복합시설을 재배치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병원은 이미 지난해 1동 전면부에 대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1~3층까지 전면부 확장·증축공사를 이달안에 마무리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또 개원 40년이 넘어 시설이 낙후되고 비좁았던 조선대학교병원은 1000병상 규모의 신축 병원 건립을 결정하면서 규모 확대 추세에 동참했다.
이번에 건립될 신축 병원의 연면적은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의 2배로 확장되며 환자 편의시설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지역암센터로 선정된 울산대학교병원 역시 18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500병상 규모 암전문병원을 신축 중이다. 병원 측은 신축 암센터에 암 전문 인력 및 최신 장비 등을 대거 보강하고 원스톱 진료와 치료가 가능토록 시설을 집중화시켜 지역 암 환자들을 흡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2015년 말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상대학교병원도 700병상 규모의 새 병원 설립을 위해 오는 9월 착공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총 3800억원의 건립비용이 배정됐으며 올해는 국비 130억원과 병원 측 부담분 300억원 등 430억원이 투입된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앞서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을 성서캠퍼스로 이전한 데 이어 오는 2015년까지 1033병상 규모의 새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산의료원에 따르면 새 병원은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로 예상되며 국내 최초로 LEED(미국 친환경건축물 인증)를 받을 수 있는 사양들을 설계에 포함시켰다.
또한 지난달 원광대학교병원은 전북지역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에 선정됨에 따라 기존의 집중치료실을 확장키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치료실 확장과 관련해 보육기 및 인공호흡기 등 90여 종의 현대식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영남대학교병원은 지난해 대구·경북권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착공식을 가지고 내년 1월께 문을 열 계획을 세웠다. 센터는 국비 250억원을 포함해 총 61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병원 내 7156㎡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2만9735㎡ 규모로 설계됐다.
센터 안에는 최신 설비를 갖춘 폐질환치료실과 호흡기 체험관, 첨단 로봇수술시스템을 도입한 수술실, 167병상 규모의 입원병동, 연구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서바이벌 게임 전략…인력 수급 등 고려해야”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의 병원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병원들의 지나친 규모 경쟁이 우려된다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한국병영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지방 환자들에게 고품질의 병원이 증가해 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짐은 물론 지역 간 대비됐던 병원 시설 양극화 양상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했다.
반면 병원 입장에서는 증축을 위해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규모 경쟁이 불가피하고 효용가치와 능률 등을 따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다.
이용균 실장은 “이는 마치 ‘서바이벌 게임 전략’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분원·증축 등의 모습은 소위 네트워크 병원 전략이 확대되는 양상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OECD 국가 대비 한국의 공급병상은 약 2배지만 실제 병상 가동률은 이 가운데 30~40%밖에 안 돼 자원 측면에서는 낭비 요소도 존재한다”며 “결국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양비론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지방병원 대형화 양상을 수치상으로 지적하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국내 병상관리 방법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들이 있다”며 “정부가 병상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돌아갈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는 시각이 분분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병상 증설 추세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역에 따라 병상 증설이 요구되는 의료 취약지가 존재하며 이 곳에 병원들이 들어서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며 “다만 무조건적인 수치 증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병원 규모 증가량이 병상 수요·이용량 등에 대비해 합당한 수치인지 병원 자체적으로 타당성 검토를 전제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수요보다 공급 과잉일 경우 부작용 초래”
최근 ‘병상공급실태 연구서’를 발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 또한 이 같은 시각에 일부 공감했다.
오 연구위원은 “지방 소재 병원들의 규모 증가 추세는 해당 지역에 병상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감안해 평가하는 것이 옳다”며 “만약 지역의 수요보다 병상공급이 과잉될 경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가를 관리·통제하기 때문에 공급이 많아져 병원 간 경쟁이 과도해진다는 인과관계는 성립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통찰력이 요구된다”라고 평했다.
이 같은 의견에 실제 지방 소재 의료계도 동의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지방 병원들도 능력이 좋아져 환자들을 더 유치하는 것 아니겠냐”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병상 증가에 따르는 인력 수급 문제 등은 병원들이 짊어져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며 “의료인력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지방 병원 거대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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