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첫 개별 면담 자리에 ‘원격의료’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1년 넘게 단절됐던 대화를 재개한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둔 만큼 양측 모두 대화 단절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원격의료’를 사실상 거론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여전히 대한의사협회 내부 정치적 헤게모니의 중심에 있는 만큼 향후 의정협의가 재개되더라도 마냥 간과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의사협회는 민감한 주제인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장관에게 합리적 결단을 요구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26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진행된 정진엽 장관과의 개별 면담에서 5개의 제도 개선 과제와 3개의 현안과제 해결을 건의했다.
우선 의정협의 사항 중 최우선 과제로 △대형병원 쏠림 완화 및 의료전달체계 강화 △노인 정액제 수가 인상 △물리치료 급여기준 개선 △진찰료 현실화 △쌍벌제 이전 행위 행정처분 감면 등을 제시했다.
이들 과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의료계가 주장해 왔고, 정부 역시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낸 바 있어 긍정적인 진척이 예상된다.
다만 의료전달체계 강화, 진찰료 현실화 등은 단기간 해결보다는 양측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복지부는 메르스를 계기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환자 의뢰 및 회송수가 신설을 검토 중이며, 최근에는 유럽 국가들의 진찰료 운영체계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안과제 중에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불가 △제2차 상대가치 개편 추진에 따른 보완 프로세스 구축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무화 논의 중단 등 3개를 제안했다.
특히 최근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불가 방침을 재천명한 만큼 정진엽 장관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의 제시한 의정협의 추진과제 및 현안과제에 ‘원격의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40여분 간 진행된 회의 중에도 이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복지부와 의사협회 모두 어렵사리 성사된 자리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 요소는 가급적 배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회의 석상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의정협의 재개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제시한 과제를 단기, 중장기, 사회적 합의과제로 분류하고 단기 시행이 가능한 과제부터 이행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 역시 “오늘의 화두는 신뢰 회복이었다”며 “우선 그 동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한 후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하자는데 공감이 이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원격의료는 정부나 의료계 모두 불편한 현안인 만큼 향후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단절됐던 대화가 재개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