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인 알테오젠, 제넥신, 레고켐바이오가 ‘제2의 한미약품’으로 성장할지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최근 7조5000억원 상당의 기술수출 주역인 한미약품 ‘랩스커버리(Lapscovery)’와 같은 차세대 약물전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바이오제약 업계에 따르면 약물전달기술의 일종인 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가진 곳은 세계적으로도 10여 곳 남짓한 상황이라 바이오벤처 3사에 거는 업계의 기대는 크다.
지속형 플랫폼 기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독자적인 단백질을 기존 바이오의약품에 붙여 체내 지속시간을 향상시킨다는 데 있다. 다양한 질환분야에서 이른바 ‘바이오베터’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약물 투여 기간이나 안전성 등 진일보된 혁신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열쇠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일부 국내 제약사들도 지속형 플랫폼 기술의 시장성을 판단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협력을 약속하기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3일 제넥신과 신약 연구개발 및 사업화 관련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 200억원의 투자유치를 확정했다.
이 같은 유한양행의 투자 결정은 제넥신의 원천기술인 ‘hyFc(하이브리드Fc)’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hyFc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와 유사한 기술로 약물의 체내 지속시간을 향상시켜 1일 1회 투여를 월 1회까지 늘릴 수 있는 지속형 플랫폼 기술이다.
유한양행 외에도 제넥신은 앞서 녹십자와 빈혈치료제 ‘GX-E2’의 공동개발에 나선 바 있으며, 해외 기술 수출에 성공한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 ‘GX-H9’를 한독과 함께 국내와 유럽에서 임상연구 중이다.
여기에 알테오젠은 한미약품이나 제넥신과 같은 Fc 기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원천기술 ‘NexP(Next-Protein)’을 통해 성장호르몬, 당뇨, 혈우병, 폐기종, 중증천식 등의 분야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1상 단계를 진행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제인 ‘hGH-NexP’는 CJ헬스케어가 그 가치를 알아보고 한국과 중국의 판권을 인수한 상태이며, 중증천식 치료제 ‘NexP-BP3m’은 미국 바이오큐어파마(BioCure Pharma)사와 공동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알테오젠의 NexP 기술은 역시 차세대 지속형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는 기술로서, 기존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사람의 몸 속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함으로써 환자의 편의성과 효능을 개선시키는 기술이다.
NexP는 수십 년간 페기종 치료제로 사용된 A1AT(알파1안티트립신)이라는 사람의 혈액 속 물질을 변형한 것으로 안정성(stable)이 입증됐다.
더욱이 알테오젠은 지속형 플랫폼 기술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항체-약물접합(ADC) 기술’ 또한 보유하고 있어 차세대 항암신약 개발에도 잠재력이 다분하다.
ADC는 최근 각광 받기 시작한 차세대 신약기술로 항체와 약물이 링커를 이용하여 연결되는 신개념의 표적항암치료다. 로슈의 '캐싸일라'와 다케다와 이뮤노젠이 공동개발한 '애드세트리스'가 이 기술을 적용한 약이다.
특히 ADC 기술 역시 각 제약사가 보유한 다양한 항체별로 다수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향후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알테오젠의 유방암ADC치료제는 전임상단계에서 중국 3SBio에 한국과 중국 판권이 이전됐으며, 향후 난소암에도 적용돼 치료제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가운데 레고켐바이오도 ADC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개발한 ADC 기술은 1세대 기술의 문제점 중 약물의 혈중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8월 17일 중국 복성제약(Fosun Pharma)에 로슈의 허셉틴에 ADC기술을 접목한 치료제 개발에 대해 기술이전을 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수의 제약사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 글로벌제약사와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 물질이전 평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벤처가 R&D 투자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암젠 같은 글로벌 제약사도 당뇨나 성장호르몬 분야에서 실패한 플랫폼 기술을 국내사들이 진일보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단계에서는 현재 바이오베터와 플랫폼 기술이 가장 유망한 수출 대상으로 손꼽힌다”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