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이 2015년 연말 의료계 최대 핵(核)으로 부상하면서 키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의료일원화 추진 방침이 공개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정부 투쟁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등 정진엽 장관 취임 이후 개선되는 듯 보였던 의-정 관계가 다시금 냉각되고 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입장 발표가 임박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경우 전면파업 등 강력 투쟁을 결의했다.
뿐만 아니라 의협 산하 시도의사회와 개원의협의회는 일제히 긴급회의를 소집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한국여자의사회·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전문과목별 의사회 등은 최근 일제히 궐기대회, 긴급회의 등을 개최하고 정부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를 표명했다.
추무진 의협회장 역시 "현재 집행부가 할 일은 한의사 현대의료기 허용을 강력히 저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허용 정책을 발표할 경우 회원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리스트가 올해 안에 발표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 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사안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규제기요틴 정책에 포함된 아젠다인 만큼 주무부처를 거치지 않고 일방 공표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목록을 발표할 경우 회장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의 긴박한 움직임에 보건복지부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올 연말까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만큼 고민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앞서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진행했지만 조율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실제 복지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에 ‘의료일원화 추진’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보냈지만 돌아온 회신은 ‘불만’만 가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목록까지 공개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큰 만큼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올해를 넘길 경우 주무부처로서의 방임 책임은 물론 직역 간 갈등을 연장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발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도 시점을 진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허용 범위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의료계는 ‘허용’ 자체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 상 일부 기기의 허용은 불가피하다는게 정설이다.
복지부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으로 제한시킬 경우 그나마 충격파가 덜하겠지만 낙관은 이르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들 장비 외에 혈액검사기와 단순 엑스레이, 초음파검사기 등도 목록에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단 복지부는 의료일원화는 물론 의료기기 목록 역시 해당 직역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방침이다. 첨예한 문제인 만큼 강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한의계 합의 없이는 어떠한 발표도 없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대화와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