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의료기기 시연’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계와 한의계의 타협만을 기다리며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복지부로서는 ‘이달 말’이라는 최후통첩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12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골밀도측정기 시연을 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복지부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복지부는 현장에 있었던 언론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의료기기 시연 사태를 파악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 등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사태인 만큼 공식입장 발표에도 조심스러워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와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상황을 접했지만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좀 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 발표 여부와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며 섣부른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관심사 중 하나인 김필건 회장의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도 속단을 경계했다.
골밀도측정기는 2011년 대법원이 한의사 사용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는 의료기기인 만큼 시연에 나선 김필건 회장의 의료법 위반 적용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현행법 상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의료기기 업체 부스 시연 역시 의료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위법성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김필건 회장 스스로도 골밀도측정기 시연 후 "이 자리에서 직접 시연했으니 복지부는 나부터 잡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골밀도측정기 시연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충분한 검토 후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만 한의계가 주장하는 초음파와 X-ray 허용에 대해서는 회의론을 제기했다.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초음파와 X-ray 허용을 위해서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의계는 1월 말까지 의료기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소송은 물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