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총량제법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 되면서 병원계를 중심으로 우려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불씨는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제공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10월31일 의료기관이 보유한 병상의 총량을 지역별로 나눠 제한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공의료기관이 전체의 10%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민간 의료기관은 무한 경쟁에 내몰렸고, 의료기관의 수도권 편중과 진단・치료장비 등의 중복투자라는 비효율성을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수립해야할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을 추가하도록 한 개정안을 심사・의결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돼 논의된 후 본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는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통상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큰 무리가 없는 한 법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법제화가 이뤄진다 해도 그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과 그럼에도 의료현장에서는 법안이 불러올 어려움에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법에서 거론하고 있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이 2000년 1월 12일 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수립된 적이 없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복지부는 28개 보건복지 분야별 중장기계획을 수립해야하지만 5개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특히 문 의원은 보건의료발전계획과 노숙인 종합계획,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 등은 법안이 마련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립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복지부는 법률에 따라 부여된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복지위 위원은 "법안 자체는 선언적 의미 밖에 없다"면서 "국회에서 별다른 이견이나 논의 없었던 것도 법안이 통과돼 실질적인 변화나 의미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의 시장진입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게 되고 수요예측이 부정확하거나 지역별 의료이용의 추정이 잘못될 경우 병상 및 의료자원의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앞서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수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병원계 관계자는 "당장 지역별 병상총량제에서 지역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병상의 총량은 어떻게 산출할 것인지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법안 한 줄로 고려해야할 점은 수 십, 수 백 가지나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