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최근 미국에 이어 중국도 수술을 위한 의료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 중 하나인 우리나라가 막대한 R&D 비용 및 독점 시장의 벽을 넘어 수술로봇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의료시장에서 수술로봇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현재 전체 수술 가운데 82%가 로봇 수술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자궁절제술이 로봇 수술로 이뤄지며, 로봇산업 수입의 약 30%가 신경외과 수술 분야에서 나올 정도로 로봇수술이 활발하다.
중국에서도 자체적인 수술로봇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2020년까지 정형외과·신경외과 등의 로봇분야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시리즈를 모방한 수술로봇 텐지(天璣)는 중국 내에서 3200건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텐지에 대해 중국은 “사지, 골반 부위, 척추 부위 전체를 수술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정형외과 로봇 시스템”이라는 자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기업도 복강경 수술과 인공관절, 뇌수술 로봇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후발주자로써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의료로봇의 개발 전 과정을 관계부처 공동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글로벌 독점 시장에 어떻게 진출할 것이냐 여부다.
국내 한 의료로봇개발업체 관계자 A이사는 “수술에 사용되는 만큼 후발주자로서 앞선 기술들과 동등한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뛰어나기 어렵다면 결국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를 개발한 미래컴퍼니는 제품 발표 초기에 타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풀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은 바 있다.
고도의 기술로 개발된 제품을 결국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야 하는 셈이라 의료로봇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막대한 R&D 비용을 들이는 것부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정에 수 년이 소요될 것을 고려하면 결국 제품이 나왔을 때는 이미 경쟁사에 뒤쳐졌을 수도 있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복강경 수술로봇 등 기존에 개발된 형태가 아닌 독자적인 유형을 개발한다 해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는 “로봇 수술이라 해도 국내 정형외과 술기 수준에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병원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굳이 도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다빈치 도입은 홍보 효과라도 되겠지만 국내 제품이라면 기술력은 물론이고 운영 측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 수가 도입으로 환자 부담이 줄어들면 수술 건수가 늘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좁은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선진국 추격을 위해서는 집중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