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뇌동맥류수술 판결 병원 '승(勝)'
고법 '병원 패(敗)'⟶대법원 파기환송⟶고법 '의료진 과실 물을 수 없다'
2013.08.06 20:00 댓글쓰기

뇌동맥류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한 환자 유족들이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며 5년간 재판을 이어갔지만 끝내 패소했다.

 

법원은 논란이 있는 뇌동맥류 수술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서 민사, 고등, 대법원 재판부 간 의견이 갈리면서 판결을 번복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환자 유족측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환자 사망에 병원 책임은 없다"며 사건을 최종 종결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원심 결정을 다시 한 번 심리하라"며 되돌려보낸 뒤 고등법원의 마지막 법정 선고여서 결과가 주목됐었다.


의료사고 판결의 쟁점이 된 것은 의학적 논란이 남아있는 뇌동맥류파열 시 최선의 수술 시기로, 뇌동맥류는 파열로 인한 출혈 후 6~12시간 내 시행하는 초조기수술, 72시간 내 이뤄지는 조기수술, 1~2주가 지나 두뇌의 붓기가 빠진 뒤 시행하는 지연수술로 나뉜다.


뇌동맥류는 '뇌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열 때 까지 아무런 병증이 없다가 일단 파열되면 사망률이 2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뇌동맥류 파열 시 최선의 수술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는 만큼, 뇌동맥류 환자의 수술을 즉각 시행하지 않은 것만으로 병원과 의료진 책임을 묻는 것은 위법하며, 환자 응급조치에 있어서도 의료진의 수술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게 판결의 핵심이다.


뇌동맥류 과거력을 지닌 A씨는 사우나에서 정신을 잃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 세 번의 뇌 CT촬영 후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지만 그의 심장은 끝내 다시 뛰지 못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1차 뇌 CT촬영에서 혈종을 확인했는데도 의료진은 3시간동안 전화를 받지 않는 등 5시간 이상 수술을 지연시켜 환자를 사망케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민사재판부는 "방추형 동맥류는 수술이 매우 어려워 철저한 수술준비가 필요했고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 없다"며 유족측 패소를 명령했다.


패소 후 항소한 유족에 2심 고등재판부는 원심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뇌동맥류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응급개두술을 통해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해야 한다"며 "수술이 늦어져 재출혈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병원은 유족에 총 43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또 다시 바뀌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뇌동맥류의 최선 수술시기는 의료계에서도 이견이 갈리는 만큼 최대한 빨리 머리를 열어 수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 책임을 묻는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환송 고법 재판부 유족측 패소를 최종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동맥류는 수술시기에 따라 응급/조기/지연 수술로 나뉘는 등 수술의 적절 시점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합리적 판단하에 이행된 의료업무라면 의료진의 수술재량권을 인정해야하므로 환자(망인)가 응급실 도착 후 5시간이 지나 수술을 시작한 사실만으로 병원측 과실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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