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0시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1보 전진'
복지부, 전공의協 제안 수용…당직비 소송·파업 등 작용
2014.04.16 22:00 댓글쓰기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 의지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주당 100시간이 훌쩍 넘는 근무, 하루 지나 하루 차례가 돌아오는 소위 퐁당퐁당 당직 등 비인간적인 수련환경을 감내해왔던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를 움직인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월 6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 의결한 사항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서 ‘유급제도’ 불렸던 9조 2항 ‘전공의가 정해진 연차별 수련과정을 이수했는지 평가하고, 해당연차 수련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그 연차 과정을 다시 수련할 수 있다’가 삭제됐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에는 “전공의가 수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은 전공의 개인책임이 아닌, 수련병원의 지도책임”이라는 전공의들 의지도 반영됐다.


이는 복지부가 연차별 수련과정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전공의들이 연차별 과정을 이수토록 수련병원을 지도·감독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전공의 수련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함께 담겨있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1년 간 전공의들이 외쳐오던 ‘주 80시간(교육적 목적을 위해 8시간 연장 가능) 수련시간 제한’이 법안에 명시된 것이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으로 수련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목소리를 내던 당시 병원계는 수련환경 개선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법적으로 수련시간 제한이 효력을 갖는 데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대전협이 주당 80시간 수련시간 제한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 목소리를 높이자 “전공의 수련시간이 제한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를 골자로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병협은 “전공의 1인당 주당 평균 근무를 91.8시간에서 80시간으로 12.8% 줄일 경우 전체 필요 의사인력은 4883명”이라며 “병원별 평균 15~18억원, 수련병원 전체로는 약 3300~40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해 약 2~2.5%의 수가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주 80시간 수련 제한이 구체화되기 까지는 병원계 반발뿐만 아니라 전공의 내부 갈등에도 부딪혔다. 레지던트 4년차 사이에서 수련시간 제한이 도입될 경우 전문의 시험을 대비해 당직 및 수련시간을 최소화해주던 관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 전공의는 대전협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교수님이 벌써부터 내년 4년차는 공부하러 일찍 못 들어간다고 한다”며 “이대로는 지난 3년간 고생한 것이 너무 억울해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고년차들의 불만과 우려가 표면화되자 대전협은 복지부에 수련시간 제한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2월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의결하고, 이를 복지부에 전달했다.


복지부가 대전협 제안을 받아들여 내놓은 대안은 ‘당직시간을 포함한 4주 평균 80시간 수련’, ‘주 당직 3일 초과 금지’, ‘휴가 14일 등의 보장’은 4년차부터 순차 적용하고, ‘최대 36시간 연속 수련 금지’, ‘응급실 수련 12시간 교대’, ‘수련 간 최소 휴식시간 10시간 부여’, ‘월평균 주당 1일(24시간) 휴일 보장’ 등은 전체 일괄 적용하는 것이다.


수련시간 제한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목별로 시행대상을 나눠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장성인 대전협 회장은 “현재 4년차 전공의가 당직에서 제외되는 등의 관례는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배려해 제공하는 특혜가 아니라 앞서 기준보다 더 많이 수련하고 당직을 섰던 데 따른 보상”이라며 “만약 수련시간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앞서 초과 근무한 부분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단체행동 선포·파업 등 수련환경 개선 호소


이 같은 성과를 보이기까지 당직비 소송 및 매주 전공의들이 모이는 집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대전협은 복지부에 수련환경 개선 의견을 전달한 임시대의원 총회 이후 자신들의 제안이 수용될 때까지 주말마다 ‘전공의 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각 수련병원별로 당직표를 모아 당직비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강수를 뒀다.


특히 당직비 소송은 지난해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인턴이 제기한 사례에서 승소한 바 있어 수련병원들로서는 부담이 큰 사안이다.


당직비 소송이 대전협 차원에서 단체소송으로 이뤄질 경우 수련병원에 속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재정상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 복지부로서도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2월 복지부가 대전협 제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당직비 소송은 중단됐지만 대전협은 여전히 전공의들의 무리한 당직 시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들은 3월 10일 대한의사협회 파업 전면에 나서며 복지부를 압박해 △주당 88시간(80시간+교육목적 8시간 연장 가능)인 수련시간 단계적 하향 조정 △수련환경 평가기구 신설 △의사보조인력(PA) 추진 중단 등을 추가 성과로 얻어냈다.


특히 수련환경 평가기구 신설은 이전부터 대전협이 강력하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현재 대한병원협회에 권한이 있는 신임평가센터의 독립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중립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 전공의들과 의협이 목소리를 높여왔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 성과물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3월부터 4년차에 적용됐어야 하는 주당 80시간은 3월 의협 파업과 맞물리며 각 수련병원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공의들 수련을 맡고 있는 병협은 최근 복지부와 의협이 2차 파업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에 대해 “앞서 TF를 구성해 합의했던 수련환경 개선안을 무시하고 별도 평가기구를 신설해 재논의키로 선회한 것은 정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어  병협은 “향후 병원신임평가 시 실태조사를 할 계획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대체인력 및 수가보전 방안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이 향후 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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