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전공의 당직비 '미지급 병원' 된서리 예고
건양대병원 잇단 패소, 다른 소송 등 파장 불가피
2014.12.01 20:00 댓글쓰기

최근 ‘건양대병원 인턴 당직비 미지급’ 항소심 판결로 인해 그동안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수련의들이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한 의료계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또 다른 수련병원 2곳을 상대로 진행 중인 유사 소송 2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송의 1심 판결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번 재판에서 수련의 승소를 이끌어 낸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와 나지수 변호사는 1일 “인턴, 레지던트의 급여 미지급을 포괄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당직비 등 포괄임금 적용 안돼"


지난달 26일 대전고등법원 제3민사부(신귀섭 부장판사)는 건양대병원에서 수련했던 최 모(28)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 대해 병원 측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과 2심 모두 병원이 아닌 수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련의나 전공의 교육을 위해 병원들이 상당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공익성 등에 따른 것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수련의 등의 근로 제공 및 낮은 급여 지급으로 보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건양대병원 수련의로 근무한 최 씨는 198일의 당직근무를 하면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며 병원에 2억3천여만원을 청구했다.


이에 병원은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므로 각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수련의와 병원 사이에 근로기준법 상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한 금액을 월급여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약정’이 존재하므로 손해 배상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가 포괄임금계약에 대해 묵시적으로 합의했으며 당직근무의 양과 질은 평상시보다 적거나 낮으므로 정상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씨와 병원 사이에 명시적인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했다는 증거가 없고, 최 씨가 이의 없이 급여를 수령한 사실만으로 포괄임금 약정에 합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 기준에 미달하는 때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있으면 무효이므로 병원은 최 씨에게 미달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최 씨가 당직 근무때 수시로 발생하는 호출에 응해 진료행위를 한 만큼, 평소 업무와 상당히 관련됐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도 않았으므로 통상근로와 같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 이사장은 최 씨에게 주 1일 유급휴일을 보장해주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병원들 근로기준법 자체 무시했던 측면 바로잡아야"

 

임제혁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와 나지수 변호사는 1일 인터뷰에서 “의료계와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재판부가 사안을 더 꼼꼼히 살폈던 것 같다”며 판결 과정이 다소 까다로웠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수련의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병원의 재정적 부담이 커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피고 병원측 역시 이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손해배상'이라기보다는 ‘임금청구’ 문제"라며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사안을 병원이 재정부담을 이유로 외면하면 안된다. 근로기준법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임금청구의 경우, 3년 단기 소멸시효에 걸려 사실상 3년치 밖에 청구할 수 없으므로, 일각의 우려는 허구성이 있다. 더불어 이미 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가 과거 수련병원을 상대로 청구하는 데는 사회적 시선 등 많은 부담이 작용할 것이므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느낀 소회, 개선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병원들이 소위 '급여명세서' 같은 임금대장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초과근무, 휴일근무, 출근 일수 등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많은 병원들이 관행 상 만들고 있지 않다"며 "사용자가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변호사 역시 최근 전공의 '가짜 당직표' 작성 문제를 거론하며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나 변호사는 "실제 근무시간과 당직표 상의 근무시간에 차별이 발생한다면, 전공의 입장에서 노동에 대해 입증할 방법이 없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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