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포함 수술하는 모든 병·의원 '비상'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 6일 의료법 개정안 발의…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
2015.01.06 20:00 댓글쓰기

외과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에 자동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 등 응급의료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 도중 환자가 심장박동이 멈춰 한 달 만에 사망하는 등 잇따르고 있는 성형외과 의료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살펴보면, 의료법 36조 준수사항에 ‘수술을 실행하는 의료기관의 응급의료장비 설치·운영 기준에 관한 사항’을 신설했다.

 

해당 조항에는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 ▲고가의료장비의 설치·운영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이 규정돼 있다.

 

의료법에 명시된 준수사항을 어길 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을 수 없고, 시설·장비 등의 전부 혹은 일부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위반한 사항을 바로잡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최 의원은 응급의료장비 구비만으로 성형외과 의료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토론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머리를 모아 종합적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또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부칙이나 시행령 등에 도출된 방안을 적용하고,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 구축과 의료인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성형 1번지 강남구’, 응급의료장비 갖춘 성형외과 1.2%

 

성형외과 의료사고가 줄을 잇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은 미비한 상황이라 환자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체 성형외과 응급의료장비 구비현황’에 따르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성형외과는 839개로 전체 1091개 성형외과 중 무려 76.9%나 됐다.[표]

 

 

종합병원은 응급의료장비(자동제세동기 기준)를 대부분(99.2%) 갖추고 있었으나 병원급 성형외과는 50%, 의원급 성형외과는 0%로 소규모일수록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시는 전국에서 절반에 가까운(44.1%) 성형외과가 밀집돼 있으나 전국 평균 구비율(18.8%)보다 낮은 16.8%의 병‧의원만이 응급장비를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성형 1번지’로 전국 성형외과 중 38%(319개)가 밀집된 강남구 성형외과의 경우 의료장비 구비율이 고작 1.2%에 불과했다.

 

심정지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구급차, 여객항공기, 심지어 12명 정원 선박내부에까지도 모두 자동제세동기를 의무 설치토록 한 것을 고려하면, 전신마취의 증가로 실제 심정지 사고가 발생하는 성형외과를 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최 의원은 “외과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자동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 등의 응급의료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해 환자의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형외과의사회 “모든 성형외과 수면‧전신마취 안한다. 과잉 입법"

 

개원가 성형외과 전문의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성형외과의사회는 최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과잉 입법이라는 입장이다.

 

수면‧전신마취를 시행하지 않는 성형외과가 존재하고, 궁극적으로 성형외과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원인은 응급의료장비 미비 때문이 아니라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 부재 탓이라는 것이다.

 

차상면 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6일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모든 성형외과가 수면‧전신마취를 하는 것은 아니”라며 “해당 법이 외과적 수술을 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가 지난해 8월 한달 동안 216개 회원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면‧전신 마취를 하지 않는 성형외과는 각각 11.1%, 25%로 나타났다.

 

그는 “최근 성형외과 안에서도 분야가 세분화되고 있다. 눈이나 코, 모발 이식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은 자동제세동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또한 응급의료장비는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의료사고의 원인은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 미비라고 짚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8%가 전신마취 관련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전신마취기를, 98%가 호흡과 맥박 등을 모니터링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동제세동기의 경우 37%만이 갖추고 있었다.

 

그는 “성형외과에서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의료기관의 경우도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상참작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차 회장은 “의사회에서도 필요한 것은 공동구매 형식 등으로 통해 갖추도록 한다. 그러나 의료사고 등의 경우 대부분 응급상황 대응 능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의료사고가 많은 대형 성형외과에 응급의료장비가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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