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최다 서울아산도 '사전의료의향서' 전무
25일 5개학회 연명치료 세미나, '현실과 괴리감 큰 병원 중환자실'
2012.04.25 20:00 댓글쓰기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등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이른바 보라매병원, 김할머니 사건 등을 시작으로 의료계에서 본격화됐으나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상당한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의료법학회, 한국의료윤리학회 등 5개 의학 학회가 25일 공동 주최한 ‘한국에서의 연명치료중지, 어디로 가야하나?’ 정책 세미나에서는 사전의료의향서(AD)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미 연명치료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으며 사전의료의향서 쓰기 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의 괴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내과계중환자실의 경우 입원환자가 연간 1000명, 사망환자가 약 200명이지만 이 가운데 사전의료의향서나 유언장 경험이 있었던 사례는 1992년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임채만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는 이날 “중환자실에서 20년 정도 근무한 의사 입장으로서의 경험을 말하고자 한다”며 “2011년 연명치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부터 현재까지도 단 한 건의 사전의료의향서나 유언장 경험이 없었다”고 현실을 전했다.

 

2004~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17건이었으나 이 가운데 사전의료의향서에 따른 심의는 3건 정도로 분류됐다. 이마저도 작성된 사전의료의향서가 아닌 보호자 등으로부터 전해들은 구두 의향에 따른 것이다.

 

실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급에서 2009년 연명치료 중지 고려 환자가 790명으로 집계됐으나 병원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한 건수는 8건(0.9%)에 불과했다. 2010년 역시 연명치료 중지 고려 환자가 734명 가운데 10명(1.4%) 만이 심의를 거쳤다.

 

"장례문화는 바뀌었으나 임종문화는 아직 개선 안돼"

 

임 교수는 “나머지는 결국 보호자의 강력한 요청, 의료진 DNR 유도 등 관행대로 했다는 얘기”라면서 “이것이 바로 병원계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이 같은 논의가 현실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개인과 가족을 별개로 보지 않는 정서, 모호한 연명치료와 회생 치료의 경계, 의학의 객관성과 의료의 주관성 상충 등이 꼽혔다.

 

특히 의학적 판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국대 법학과 이석배 교수(대한의료법학회)는 “가장 첫 번째는 의학적 판단이 존중되는 환경”이라면서 “일차적인 것은 의사가 결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임종환자, 뇌사상태의 경우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명치료 중지ㆍ부적용을 하는 의사협회 지침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치료 및 완화의료, 존엄사 등 관련 논의가 해결점 없이 논의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는 의견도 부각됐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장례문화는 어느 정도 바뀌었으나 임종문화는 아니”라면서 “논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조그만 부분이라도 정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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