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해법은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의협 정책연구소, 포럼 개최…쌍벌제 범위·엄격한 처분 등 문제 제기
2013.04.19 20:00 댓글쓰기

시행 2년을 넘긴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외국에 비해 적용 범위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처분이 엄격한 점도 문제로 부각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9일 3층 회의실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를 주제로 제36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대표)는 ‘주요국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현황 시사점’ 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시행 중인 법안의 문제점으로 ▲범죄 구성요건 불명확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범위 협소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구체적 기준 미비 ▲자율적 규제 미흡 등을 제시했다.

 

개선 방안에 대해선 미국의 규제 방식을 참고토록 했다. 현재 미국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와 처벌을 하면서도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영역에 대해서만 금지토록 하고 있다.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을 우리나라보다 폭넓게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리베이트에 관한 교육과 홍보자료를 제공하고, 의사대상 지불공개법을 통한 사전적 규제방식도 채택 중이다.

 

현두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행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허용하는 7가지 예외사유 이외에 모든 경제적 이익 수수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 같은 해석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행정처분이 다른 의료법 위반 사항에 비해 지나치게 엄중하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 집단 광범위한 형사처벌 문제” vs “국민 신뢰 얻도록 노력 필요”

 

토론에 나선 윤용선 회장(대한의원협회)은 불법과 합법을 명확히 규정, 예외규정을 완화해 제약회사의 합법적 영업을 보장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의사의 행정처벌을 상식적 수준으로 완화하고 제약회사의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의료수가 적정화 ▲정부 약가산정정책 변화를 통한 복제약가 인하 ▲국내 제약회사 경영개선 및 구조조정 ▲복제약의 무분별한 시장진입 규제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약국 불법 백마진 근절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리베이트는 윤리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해 발생한다”며 개선방안으로 “리베이트가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염동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리베이트 근절 의지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형사처벌 도입 등 정부의 고육지책은 수긍하면서도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들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입법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형사처벌도 행정규제도 아닌 의료계와 제약계의 자율준수를 통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근절”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죄형법정주의와 형벌수단의 최소화에 입각, 관련 처벌규정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혜인 사무관(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은 “리베이트 쌍벌제가 단순 처벌, 처분이 아니라 관행을 개선하고, 리베이트 비용이 생산적인 비용으로 전환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쌍벌제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현재와 같은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의약산업계 압박정책이 아니라 국민 불신이 아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선의 리베이트 억제 수단은 수수자 처벌 아닌 의약품 허가취소”

 

이날 윤용선 회장은 의사협회 회원 11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면 누구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6.9%라는 ‘제약회사’라고 답했다.

 

의사 본인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3%에 불과하다는 것. 윤 회장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제약회사가 훨씬 더 문제라는 것”이라며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의 개선방안은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이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회장(대한의사협회)은 미국과 일본의 리베이트 처벌 사례를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리베이트 금지가 강화된 이후 의사들이 처벌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지난 8년 동안 제약회사가 낸 벌금과 보상금이 합의금으로 21조원이 지불됐다.

 

일본은 의사들의 명단 공개를 통해 줄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가장 강력한 리베이트 억제 수단은 의약품 품목 허가취소 였다. 남윤인순 의원이 발의하려는 법안과 같은 방법을 시행, 공정거래규약을 강화하면서 리베이트는 자취를 감췄다.

 

노환규 회장은 “이미 만들어진 쌍벌제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는 법안을 더 문제 있게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 번의 토론으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리베이트를 없애고자 하는 의협의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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