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도매상 오명 의료기관 '처방 제한' 촉각
의사 年 8000명 셀프처방 등 논란···의료계 "과잉 규제" 정부 "신중"
2023.09.19 06:32 댓글쓰기

서울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과 연루되며 의료기관에 ‘마약 도매상’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가운데, 연간 8000여 명의 의사가 행하고 있는 ‘셀프처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셀프처방을 규제한다면 전면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마약류 등 특정 품목·대상자로 한정할 것인지 등 논의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의료계는 “과잉 규제”라며 난색을 표했고 정부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의사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간 마약과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용어 정의부터 해법에 이르기까지 이견이 다수 드러나며 합의점이 도출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김종호 교수 “마약 셀프처방 의사, 지속 교육 및 제도화 필요”


김종호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사 셀프처방 금지에 대한 입법적 대응 방안’ 연구 수행 결과를 토대로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의사 셀프처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마약을 셀프처방하는 의사는 스스로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며 “의과대학·수련 과정에서 셀프처방 금지를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사 셀프처방, 특히 마약류로 그 범위를 압축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어떻게 셀프처방을 제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정 의약품에 대한 셀프처방 금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셀프처방을 포괄적으로 금지 ▲일정 한도(1일 처방량, 처방횟수) 허용 등이다.


김 교수는 “두번째는 과잉규제 문제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논쟁이 있을 수 있고 세번째는 관리감독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첫 번째 안이 적합해보인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 “의사도 동료의사에게 처방 받도록”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의사가 의약품 처방 시 다른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방식이 안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사의 셀프처방이 만연하다면 환자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의료용 마약류 사용은 의사가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동료 의사 도움을 받아 정확한 진단·처방 하에 사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영 법무법인 로이즈 변호사는 의사의 셀프처방 대상자, 대상 의약품을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과잉규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이 변호사는 “의사 본인과 가족에게 마약류 처방전을 발급·투약하는 행위를 모두 마약류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보고 규제하는 것은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며 “의사 본인에 한해 처방을 제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의료용 마약류까지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오남용·의존 가능성이 있는 마약류 의약품 전체에 대해 처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마약 불법 유통·오남용은 형법·수사 영역, 셀프처방 금지 과도”


반면 의료계는 의사 셀프처방에 규제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우선 마약과 마약류가 엄연히 다르고 오남용해서 범법을 저지르는 행위는 검·경찰이 수사할 형법의 영역이지, 의사 처방을 제한하고 나서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된 ‘과잉’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지금 나오는 제안들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운전면허가 있는 자에게 술을 파는 것을 금지시키는 격”이라며 “마약의 불법 유통을 막아야지 의사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약은 누가 먹든 똑같이 작용한다. 굳이 의사만 못 먹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이 자리잡고 있고, 의사협회는 불법을 저지른 회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검찰에 고발하며 자정에 나서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셀프처방 자체를 오남용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김명호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연 8000여명의 의사가 셀프처방을 하고 있지만, 모두 오남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물을 얼마나 처방했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양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오남용하는 자가 있다면 다른 일반인보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방법은 필요하다고 본다. 셀프처방 제한은 하루아침에 결론내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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