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약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약국 불용약 폐기·회수 관리 등 미비…온라인 불법 유통 커져
2015.10.29 20:00 댓글쓰기

# 제약회사 영업사원 A씨는 폐업 약국에 들려 불용약 폐기신고를 대신해 주기로 한다. 받아든 상자에는 수면유도제, 다이어트 약이 가득하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회사도 지역 보건소도 아닌 집이다.


#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K씨는 조제 후 남은 약이나 재고 상품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거래하면 제법 용돈은 벌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불법 거래가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에서 적발된 의약품 불법판매 게시물만 총 1만6300여 건이다.


적발 건수만 매년 1000여 건이 넘게 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유통망까지 추산할 경우 규모는 2만여 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점점 커져가는 온라인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불법 유통거래 의약품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역시 약바로쓰기운동본부를 통해 불용 재고약 및 폐업 시 폐기신고 대행 등을 회원약국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9일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의료용 마약류에 해당하는 수면유도제와 식욕억제제 등을 판매한 제약회사 직원, 약국 직원 등과 이들을 통해 약을 구입한 이들까지 총 7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과연 그 많은 약들이 다 어디로 갔겠냐”면서 “폐업으로 인해 해당 약국에 대한 식약처 행정처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불용약이나 재고약은 지역약사회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아 제약사들과 협력 하에 반품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약국 폐업 시에는 새로운 약국 개설자에게 20일 이내 양도하거나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 담당공무원의 입회 아래 폐기처분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통해 회수되거나 폐기되는 의약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부분 매입비용을 감안해 의약품을 양도 양수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무비용임에도 자진 신고해서 처리해야하는 만큼 직접 처리하기 번거롭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 보건소 약무과 관계자는 “관내에서 약국 개설 및 폐업 신고를 받고, 의약품 폐기 절차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허가 신고 외에 의약품 폐기를 하는 일은 사실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불법 유통 약들이 문제지만 이를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어려운 것이 난매로 이어지면서 불용 재고는 늘어나고 어딘가로 제품이 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한, 반품 회수에 나서고 있는 제약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약국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정기적인 제품 회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반품된 제품을 재판매하기에는 어려움 점이 많다.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약사법 상으로 반품 약을 표기만 하면 되팔 수 있지만, 제품가치가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곤란한 점이 있다”면서 “때문에 재고약 회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도매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정부차원에서 감독 및 혜택 등과 같은 관리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건기식, 발기부전치료제, 탈모제, 다이어트약 등 일반적 관심이 높은 분야가 유독 취약하다. 너무나 해묵은 얘기지만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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