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두통, 치통, 염증 등에 널리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를 2형 당뇨병 환자가 복용하면 심부전(heart failure)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 또는 기능 이상으로 혈액을 온몸에 펌프질해 내보내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에 문제가 발생, 체내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 대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이 위험요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 심장 전문의 안데르스 홀트 교수 연구팀이 1998~2021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33만1천여 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5일 보도했다.
이들 중 NSAID를 단기간 사용한 환자는 심부전으로 입원할 위험이 4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당뇨 관리가 잘 안 돼 혈당이 높은 환자는 NSAID 복용과 연관된 심부전 위험이 68%, 80세 이상 환자는 78% 높았다.
특히 전에 NSAID를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는 환자가 NSAID를 복용했을 경우 심부전 위험이 무려 3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뇨가 잘 관리되고 혈당이 정상 수준인 당뇨 환자는 NSAID 복용이 심부전 위험 증가와 연관이 없었다.
NSAID가 심부전 위험과 연관이 있는 이유는 NSAID가 억제하는 염증·통증 유발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2(COX-2)가 심장 기능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결과에 비춰 당뇨 환자는 어떤 진통제든 복용 전에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당뇨병 진단 후 1년 내 최소 한 번 이상 NSAID 처방을 받은 환자는 6명에 한 명꼴이었다.
가장 많이 처방된 NSAID는 이부프로펜으로 당뇨 환자의 12%가 사용했다. 그 다음으로 자주 처방된 NSAID는 디클로페낙으로 당뇨 환자의 3%가 사용했다.
이부프로펜과 디클로페낙 모두 당뇨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심장학회 심혈관 질환 예방 위원회의 유제니아 기아노스 박사는 일반인의 경우도 NSAID를 복용하면 심부전 위험이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 이유는 NSAID가 체액 저류(fluid retention)를 유발, 혈류량을 증가시켜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혈당이 올라가면 심장근육 세포를 손상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당뇨 환자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아도 그리고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지지 않아도 심부전 위험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대 심장 실장 그레그 포나로 박사는 NSAID는 혈관 내막에 영향을 미쳐 혈압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은 NSAID와는 달리 심부전 위험과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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