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2형 당뇨병 표준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이 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울증은 기분이 상승한 상태인 조증(躁症)과 기분이 저조한 상태인 울증(鬱症)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다. 그래서 공식 명칭이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다.
메트포르민은 간(肝)의 포도당 생성을 감소시키고 세포의 인슐린 민감성을 높임으로써 당뇨병을 치료한다.
캐나다 댈하우지(Dalhousie) 대학 의대 정신의학 전문의 신시어 캘킨 박사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조울증 환자의 인슐린 저항(insulin resistance)을 개선, 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8일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 조울증 외래 클리닉 실장인 클라우디아 발다사노 박사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의 50% 이상이 인슐린 저항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울증 환자는 대개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2형 당뇨병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5년 이상 조울증이 계속되고 있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환자들은 90% 이상이 신경안정제 리튬, 항경련제,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등 4가지 치료제 중 3가지가 효과가 없었다. 그만큼 중증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절반씩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엔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게 하고 다른 그룹엔 위약(placebo)을 주었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그룹은 14주 내에 50%가 인슐린 저항이 사라지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메트포르민 그룹은 조울증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표준검사에서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됐다.
이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메트포르민은 안전했다. 메트포르민은 50년 넘게 사용돼온 안전하고 값싼 약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인슐린 저항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혈뇌장벽은 뇌혈관 벽에 특수 세포와 물질들이 밀집해 마치 '지퍼'(zipper)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곳으로 중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뇌로 들여보내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 한편 뇌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혈뇌장벽은 원래 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인슐린 저항이 나타나면 혈뇌장벽에 누출이 발생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혈뇌장벽이 새면 염증 분자가 뇌로 들어가 조울증 같은 뇌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혈뇌장벽이 무너지면 조울증을 직접 치료하는 약들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조울증과 인슐린 저항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정신의학 분야에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정신질환 외에 환자의 몸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저 메커니즘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메트포르민이 항우울제가 아니고 잘못된 기저 메커니즘, 즉 인슐린 저항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 정신약리학회(American Society for Clinical Psychopharmacology) 학술지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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