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난치성 피부병인 건선 치료에 쓰이는 경구용 아시트레틴(acitretin)이 항암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수족 증후군(HFSR: hand-foot skin reaction)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항암제는 수족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수족 증후군은 손바닥과 발바닥이 저리거나 무감각해지면서 붓거나 붉어지고 가려워지는 증상이다. 심하면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져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여성 암 센터의 니콜 르뵈프 교수 연구팀이 멀티키나제 억제제(MKI: multikinase inhibitor) 계열의 항암제 복용 후 부작용으로 수족 증후군이 나타난 암 환자 8명(평균연령 56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아시트레틴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2일 보도했다.
넥사바, 스티바르가, 수텐트, 코메트릭 등 MKI 계열 항암제가 투여되는 환자는 최대 70%가 부작용으로 수족 증후군을 겪는다.
이들 암 환자 8명은 MKI 항암제 투여가 시작된 지 평균 17.1일 만에 부작용인 수족 증후군이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최초 용량으로 아시트레틴 10mg이 투여됐고 3명은 나중에 용량을 20mg 또는 25mg으로 올렸다. 이들은 아시트레틴 투여 전에 모두 유리아 크림을 사용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아시트레틴 투여 약 28일 후 8명 중 7명이 독성 작용 등급(toxic effects grade)이 중등도 내지 중증에서 경증으로 떨어지면서 수족 증후군 증상이 호전됐다. 이 중 2명은 수족 증후군 때문에 줄인 MKI 항암제의 용량을 최대한으로 다시 올릴 수 있었다.
7명은 MIK 항암 치료가 끝나거나 사망할 때까지 매일 아시트레틴 투여를 계속했다. 나머지 한 명은 아시트레틴 투여 전부터 있었던 비출혈이 심해져 아시트레틴 투여를 중단했다.
MKI 항암제가 수족 증후군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조직 신생혈관 억제와 피부 회복 조절 장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트레틴은 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레티노산 핵수용체 동위체를 활성화해 피부 각질 형성 세포에서 나타나는 MKI 항암제의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시트레틴은 비타민A 유도체인 레티노이드로 건선 치료제로 승인된 약이지만 비늘증, 다리에 병, 수장족저 각피증 등 다양한 형태의 과각화증에 적응증 외(off-level)로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 - 피부병학(JAMA Dermat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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