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에 위협 받는 '성형 한류(韓流)'
바가지 요금·불법 브로커 활개 등 신뢰도 추락…政, 대책 마련 '긍긍'
2015.02.04 20:00 댓글쓰기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후 중국으로 돌아간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SNS나 언론에 그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업자 쩡초우펑 우요아이메이 CEO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100만명 의료관광객 유치 심포지엄’에서 한국 원정성형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를 전하며 한 말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 성형과 지방 흡입술 등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의식을 잃고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 이후 중국언론의 분위기가 더욱 심상찮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최근 이 사고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신화사, 환구시보 등 다른 매체들 역시 이번 뇌사사건을 계기로 한국 성형관광에 대한 부작용을 앞다퉈 보도 중이다.


한국 성형외과가 중국인에게 바가지 요금을 요구하고,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수술하고 있으며,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중국 환자가 ‘봉’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논조다.


성형수술을 통해 만족할 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을 경우 권익을 보호받기 어려우며, 항의하면 오히려 폭행죄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국의 이 같은 반응에 해외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의료계에는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한해 약 2만5000명 정도의 중국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중국 환자 중 70%가 성형외과를 이용했고, 이들에 의한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신한카드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의료산업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5000억원이고 중국인 비중은 53%로 가장 높았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은 “뇌사사건의 의학적 시비가 가려지기도 전에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중국 내에서 환자 유출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미 조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성형 수준도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의 기술 전수로 크게 상향됐다. 중국 내에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중국언론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언론의 지적이 해외환자가 한국에서 겪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 환자가 한국의 성형외과를 이용하는 금액은 한국 환자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와 과열 경쟁에 빠져 그들을 거부하지 못하는 한국 성형외과에 그 원인이 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도 의료기관이 신고한 해외환자 유치실적은 21만 1200건이다. 하지만 보건산업진흥원 집계 결과 유치업자가 보고한 실적은 그의 13%인 2만7000여명에 불과했다.


의료기관이 신고한 실적 중 나머지 87%의 진료는 국내 유치업체를 통하지 않고 불법 브로커를 통하거나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외국인 환자라는 의미다.


문제는 불법 브로커를 통하는 경우다.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비의 30~90%가 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불법 브로커가 횡행하고 있다.


이들은 환자 안전보다는 유치 수수료를 더 많이 주는 병원으로 환자들을 배정하거나, 중국 환자로부터 먼저 수수료와 진료비 총액을 받고, 병원에 수술비만 주는 등 수익 추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경우 허위진단서 발급이나 진료비 폭리 등이 이뤄질 수 있어 결국 한국 의료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더욱이 불법 브로커 제안이 쏟아지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성형외과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강남에는 1500개의 성형외과가 운영 중이다. 그중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은 400여 개에 불과하다.


이에 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수가로 인해 생존을 위협 받다보니 비급여 시장에 의사들이 몰리면서 이윤 추구가 목적이 되고, 결국 환자 안전에 소홀하게 돼 의료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의료사고가 난 K성형외과의 경우도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상주하며 환자를 상담하고 수술 일정을 잡는 등의 시스템으로 중국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는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에서 의료사고를 당하거나 그러한 의심이 들 때 해외환자는 환자로서의 권익을 보호받기가 어렵다.


우선, 국내 환자와 같이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이 환자에 주어지기 때문에 언어적 소통에 한계가 있는 해외환자의 경우 의료사고 입증이 더욱 힘든 실정이다.


또한 의료소송은 의료행위가 이뤄진 우리나라 법에 따라 이뤄진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본국이 아닌 타지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해외환자가 원할 경우 자국에서 소송이 가능하지만 그 판결이 한국 의료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원의 심의와 집행명령이 따로 이뤄져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政, 불법 브로커 퇴출·인증제 도입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불법 브로커 퇴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지부가 2월 발표할 ‘의료관광 시장 건전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불법 브로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은 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업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 대상을 국내 의료기관으로 삼은 것이다. 최종 수요자인 의료기관을 단속하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만약 등록되지 않은 의료기관이 적발되면 현행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한 복지부는 올 상반기에 ‘우수 병원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에 적합한 병원인지를 정부가 심사하고, 그 결과를 알리는 방식이다.


진료비의 투명성, 통역의 수월성, 전담 인력 수, 안전 관련 행정 제재 여부, 수수료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복지부가 운영하는 해외환자 유치 정보 사이트 ‘메디컬코리아’나 주중 중국대사관 등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검증된 정보를 해외환자에게 제공하면 불법 브로커에 현혹되지 않고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증제에는 해외환자 배상보험 가입 여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가입했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의 해외환자 배상보험 가입률은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배상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은 불만을 낳았던 부실한 사후관리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해외환자를 받으면 진료 이전에 진료 내용, 비용, 수수료, 분쟁해결 절차 등을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국에 오기 전후 관리하는 ‘프리-포스트 케어 센터’를 중국과 중동 등지에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진흥원 한동우 실장은 “일부 국내 성형외과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정부의 개선안을 통해 한국 의료기관이 해외환자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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