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의·한방 발전 방향 설정이 우선'
'현 정부 보건의료정책 중 의료영리화 부문은 정말로 잘못'
2015.02.15 20:00 댓글쓰기

“청와대에 있던 때 복지비서관은 교육·문화·체육을 포함해 사회복지 전반을 관장했다. 또 책임 장관제 등이 실질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여서 많은 부분 총리실과 각 부처가 책임지고 했다. 그로 인해 조율할 필요가 있으면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해야 할 것을 기획해서 지시하는 역할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한 말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던 경험 덕인지 김 의원은 각종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방향 정립을 유독 강조했다. 현안 무마에 급급해 땜질식 처방을 내리고, 정작 문제의 원인은 방치해 곪게 만드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선거철을 맞은 의료계에서 유독 크게 들리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에 대해 “한번은 해야 할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의료계 현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국회전문지가협의회가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Q.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장 단식 농성장을 모두 방문했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한데


문제는 판단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의·한방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런 합의 없이 단순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물으면 근거가 없어 판단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한의계, 의료계, 국회가 한양방 관계에 대해 논의를 하고 그 틀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한다. 의약단체들은 자신들 이해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고, 정부는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문제는 쌓이고 갈등은 점점 커졌다. 의·한방 문제는 한국 의료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국회에서는 2월말 쯤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의·한방 관계를 어떤 원칙으로 정립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단계적으로 할 일이다.


Q.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평가한다면


상중하로 하면 '하'를 벗어나기 어렵다. 잘한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그 방향을 다 찬성하지는 않지만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상당히 확대한 것, 수가 상대가치점수 재산정 문제도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의료영리화 정책은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


Q.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투자활성화 대책이나 규제 완화는 레이거노믹스 형태, 소위 공급자를 겨냥하는 전형적인 정책이다. 생산을 맡은 기업의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 생산활동을 촉진, 성장이 이뤄지면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아주 강력히 이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이 보건의료 분야에 접목되면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건의료 산업의 발전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의료비 상승’이 된다. 의료비가 올라가는 것은 전체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이다. 의료비는 원가요인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모든 나라가 의료비 상승을 피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이 정부가 이것을 헷갈리고 있다. 보건의료 산업이 발전하면 큰 돈을 벌 것도 같고, 의료산업 측면에서만 보면 판매가 늘어나 좋을 것 같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원가요인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죽을 길을 일부러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Q. 건강보험료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논의 방향을 제안하면


건강보험의 최종적인 모양새를 어떤 식으로 갖출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 후 수가, 보험료, 급여 등에 대한 조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고 보험료를 조정하자고 하면 무의미한 논쟁만 거듭된다. 그림을 그리고 후행조치에 대한 순서를 명확히 정한 뒤 보험료 인상을 제안해야 한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 그 후 복지부가 추진하고 국회는 여론 수렴으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Q.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지불제도에 대한 불만도 큰데


사실 의료기관은 개별수가 문제가 덜 중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서 돈을 받는 제3자 지불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환자 증상에 따라 진료하고 공단에서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약간의 수익만 보장되면 지불제도가 무엇이든 상관 없을 것이다. 그 것이 충족되지 않아 수가, 지불제도, 심사 등 복잡한 논쟁이 오가는 것이다. 정부가 방향 감각을 갖고 의료기관 역할에 걸맞는 보상을 해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 고쳐나가야 한다. 파생된 제도들보다 큰 틀이 중요하다.


"제약산업 구조조정과 발전이 의약분업 효율적 운영 이끌 것"



Q. 의약분업 재평가에 대한 요구가 있다. 의약분업 방아쇠를 당긴 당사자로서 평가하면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한번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우선 국민들은 아프면 무조건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의약분업 전 결핵, 신경통, 고혈압, 당뇨 환자 모두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말았다. 국민들이 모든 질병과 관련해 의사 진료를 먼저 받게 됐으니 건강관리에 기본적 질서가 생긴 것이다. 모든 환자가 의사들의 관리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사에게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 이전에는 원내에 구비된 약에 맞춰 처방했지만, 이후에는 처방이 굉장히 자유로워졌다. 처방의 질적 수준이 달라진 것이다. 약사들은 약에 대한 확실한 관리권을 확보했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은 많은 약을 구비하게 되고 새삼스레 공부도 했다. 의약분업은 그 자체로 많은 기여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Q. 의약분업 공고화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다면


현재의 의약분업은 처음 디자인 한대로 실행된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은 다른 방향으로 제도화돼 있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외부 과제 몇 가지다. 그 중 의약품의 품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제약산업과 유통구조를 정비 해 품질이 좋고 균일해서 믿을 수 있는 의약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잘 안되고 있다. 이것이 이뤄져야 수출도 할 수 있고 의약분업도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


Q. 성분명 처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약효가 정말 동등해야 한다. 일부 약들은 약효가 동등하다는 실험 결과가 있어도 경험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심장, 정신질환, 알레르기 등 관련 일부 의약품은 상품명 처방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또한 수가 조절이 돼서 의약품과 리베이트가 무관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의사들이 일일이 상품명을 찾을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성분명 처방에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제약부문의 개혁이 지체되고 있는 지금은 요원한 꿈이다. 성분명 처방에 선행돼야할 것이 제약산업 변화다. 제약기업 수가 천개를 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영세기업까지 움직이는 상황에서 약효동등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제약산업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이고 성분명 처방은 그 다음 단계의 얘기다.


Q. 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택분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도 의약분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물론 원내조제는 편리하다. 하지만 약의 선정 기준이 의학적 판단이 아닌 병원 경영 기여도에 따라 정해지는 경향이 있어 분리한 것이다. 편의성을 일정 부분 희생시킨 것이다. 그 부분이 현재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본다. 병원의 선택분업이나 일부 원내조제 허용은 약을 의학적 기준으로만 선택한다는 전제가 충족된 후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 환자 불편을 이유로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도외시한 것이다.


Q. 수가 적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의약분업 시행 전 나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 행태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6개월이든 1년이든 임시 수가로 시행해보다가 결과 평가를 통해 조정하자고 주장했었다. 경험치가 전혀 없어서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특히 의사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반대했다. 결국 의약분업 시행을 위해 수가를 대폭 인상했지만 그 후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났고, 장관 교체 후 다시금 수가를 깎았다. 의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수가를 올렸다가 다시 깎아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처방조제료에 대한 평가와 재조정 개념이 실종됐다.


Q.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행보에 관심이 높은데


사실 국회에 들어온 과정이 정치적이지 않았다. 나가는 과정도 정치적이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켜봐야겠지만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 정권교체가 중요한 내 임무인데, 이에 기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Q. 보건의료단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건의료단체는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나라가 선진화된다는 것은 사회적 자본이 쌓여 사회가 합리적, 이성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의료계 전문인들은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창의적으로 사고 해서 긴 호흡으로 갈등을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서서히 변화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실 국회에 들어와서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부분을 여러 단체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 보람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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